[ET단상]특허경영, 경제도약의 지름길

[ET단상]특허경영, 경제도약의 지름길

최근 국내 최고 경영인은 앞다퉈 우리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 업체는 주요 시장에서 우리에 대한 견제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고 중국 등 후발업체는 빠른 속도로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어 5∼6년 뒤에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부단한 기술개발과 지식재산권 확보로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제특허 출원 건수가 세계 4위를 차지할 만큼 국내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확보된 지식재산권의 활용과 관리에는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지식재산권 활용과 관리의 아쉬운 사례 중 하나가 바로 MP3플레이어(MP3P) 기술 분야다.

MP3P는 국내 업체가 최초로 멀티미디어 국제 표준 기술을 휴대형 오디오 기기로 개발한 것으로 우리나라가 기술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01년 시작된 국내 기업들 간의 2년에 걸친 MP3P 특허 분쟁으로 관련 산업을 조기에 활성화시키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특허 분쟁으로 경영이 악화돼 문을 닫는 기업이 발생하는가 하면 국내 MP3P 특허를 외국 기업에 양도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 국내에서 발생한 분쟁을 지켜본 외국 기업들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로열티를 요구, 국내 기업들과 라이선싱 계약을 했다. MP3P 세계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도 미국 애플사가 2003년도 25%에서 2006년 55%로 성장한 반면, 국내업체들은 20%에서 17%로 감소했다.

 만약 MP3P 기술을 개발했던 초기에 분쟁 대신 지식재산권에 대한 타당한 수준의 로열티를 책정하거나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합법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업체들이 공동으로 외국 기업들이 보유한 원천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양수하거나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우리 기업들은 이제 지식재산권 확보 못지않게 이를 발전적으로 활용하려는 특허 경영 마인드 제고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유비쿼터스 환경 구현의 핵심인 전자태그(RFID) 기술분야에서 미국 산업계의 최근 동향은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RFID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인터멕과 심벌테크놀로지는 양사 간에 발생한 특허 분쟁을 크로스 라이선싱 등으로 조기에 마무리짓고 특허 공세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후발업체들과는 OEM 방식과 자체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 미국 산업계가 중심이 된 EPC 글로벌이라는 민간국제표준기구를 구성, 자신들의 산업표준을 세계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표준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을 확대하려는 이런 노력의 결과, EU 연방 통신위원회도 EPC 글로벌 표준 도입을 검토할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사실 미국의 인터멕과 심벌테크놀로지가 RFID 핵심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한 것은 아니다. 인터멕은 1997년 IBM으로부터 RFID 반도체 기술을, 1998년에는 RFID 원천 기술 업체인 암텍을 인수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이다. 심벌테크놀로지 역시 경쟁사인 매트릭스사를 인수해 기술 경쟁력을 높였고 이를 높이 평가한 모토로라가 지난해 6월 심벌테크놀로지를 전략적으로 인수했다. 이처럼 외국 기업들은 기술개발이 늦었거나 어려운 경우에 필요한 기술을 인수하거나 지식재산권을 양수하는 방식의 적극적인 특허 경영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상호 공생할 수 있는 발전적인 지식재산권 이용 문화를 정착시켜 관련 산업을 확대하고 방어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특허 경영을 확산해 간다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특허권은 기술공개를 대가로 주는 독점권이므로 특허권 행사는 기업들의 판단에 따라 행하면 된다. 하지만 경쟁자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경쟁자와 함께 시장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더 높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를 우리 산업계가 발휘하기 바란다.

◆전상우 특허청장 junsw@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