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한 우리나라 요금 수준에 대한 평가는 요금 인하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요금 수준에 걸맞게 정부 정책과 처방을 달리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시민단체가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요금 수준’을 증명하는 지표를 내놓았지만 일부 국가만을 비교한 자료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해외 이동통신 요금과 시장을 살펴보기 위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 일본, 홍콩 등지를 현지 취재하면서 시장조사기관과 정부기관의 최신 자료도 확보했다. 메릴린치의 최신 자료와 일본 총무성의 요금 비교 자료 등을 통해 살펴본 우리나라의 요금은 중간 수준이었다.
◇한국 이동통신 요금 ‘세계 평균’=본지가 메릴린치 인터뷰를 통해 단독 확보한 2007년 1분기 이동통신시장 보고서(6월 15일 발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은 조사 대상 50개국 중 29∼30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요금을 비교하는 방법은 이통사들의 분당 음성매출(RPM:Revenue per minute)을 비교하는 방식을 택했다. 요금제는 사업자별로 천차만별이라 단순 비교가 불가능했다. 분당 매출은 이통사들의 가입자당매출(ARPU:Average revenue per user)를 월평균통화량(MOU:Monthly minutes of use per subscriber))로 나눈 수치다. 사업자별로 한 가입자당 분당 평균적으로 얼마나 과금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분당 평균 요금은 0.12달러로 세계 30위다. 국가간 환율에 국민소득 및 물가 차이를 고려한 구매력지수(PPP)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분당 요금은 0.15달러로 한계단 상승한 세계 29위다. 일본,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유사 국가를 비롯,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영국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존 킴 메릴린치인터내셔날 상무는 “사업자별로 요금제가 다양해 절대적인 비교가 힘들지만 국가별 평균 요금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로는 분당음성매출(RPM)이 적당하다”며 “한국은 중하권 정도이며 미국과 홍콩처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한 나라가 RPM이 낮은 나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사용량에 따른 편차도 감안해야=2005년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자료(표 참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7개국 중 6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총무성의 요금 비교 방식은 통신 이용빈도에 따라 상, 중, 하의 계층을 나눠 요금을 비교한 방식이다. 월 음성 44분, SMS 30통, 데이터 7500패킷을 이용하는 저이용층의 경우, 영국과 미국이 가장 비싸고 한국은 스웨덴 다음으로 낮게 나타났다. 월 음성통화 246분, SMS 300통, 데이터 39만패킷을 사용하는 고이용자 비교에도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요금이 낮았다.
테츠지 요코테 일본 총무성 요금담당 과장은 “(OECD 등의 조사에서) 일본의 평균 요금 수준이 높게 나타나지만 사용자의 이용량에 따라 국가별 비교 우위도 달라질 수 있다”라며 “요금에는 휴대폰 구매시 지급하는 장려금을 포함해, 사업자들의 마케팅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 있어 소비자에게 이를 정확히 설명하는 게 요금 인하 논쟁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인터뷰-김형진 메릴린치 상무
“세계 각국 지표를 비교할 때 한국의 이동전화 요금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다만 음성 통화 외에도 정보,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 문화비용을 포함하다 보니 휴대폰 요금이 상대적으로 많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통신요금의 성격이 변한 것을 소비자에게 설득하는 사업자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합니다.”
김형진 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 상무는 한국에서 불거진 이동통신요금 인하 논란과 관련해 사업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사용자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비용이 늘었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문화비용이 포함된다. 이를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해 소비자들의 저항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한국과 홍콩, 대만 등지에 대한 시장 조사를 담당하는 통신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각국 요금수준을 비교할 적당한 지표는
▲가장 평균적인 비교 환경을 제공하는게 분당 음성매출(RPM)이다. RPM을 근거로 보면 한국은 중하위권 수준이다. 구매력지수(PPP)를 적용해도 29위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한국 요금이 싸다고만 말할 수 없다.
-각국 규제제도와 요금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
▲한국은 대외적인 압력으로 요금인하가 잦은 나라다. 외국에선 규제기관이 접속료 등 최소한의 권한 만을 갖고 요금 책정을 사업자에 맡긴다. 아시아 국가 중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은 정부의 개입이 전혀 없고 대만과 태국 만이 한국과 유사하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정부가 요금 규제 권한을 가진 나라도 있지만 실제로 이를 행사한 사례는 전무하다.
-바람직한 요금인하 논의 방향이 있다면
▲요금 문제는 국가별 시장의 독점 정도 등 여러 변수가 많아 정답을 찾기 어렵다. 다만 경쟁이 활성화할수록 소비자가 누릴 혜택이 늘어나는 게 일반론이다. RPM이 낮은 미국과 홍콩은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한 게 특징이다. 한국 정부가 최근 규제로드맵을 통해 사업자 간 경쟁 유도에 치중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정부나 정치권이 요금 형성에 관여할수록 시장의 예측가능성과 경쟁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크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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