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무역행위와 지식재산권보호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는 6월 초 항암치료제 수입행위가 특허권을 침해한 불공정무역행위에 해당되는지 신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판정을 했다. 특허권자는 국내 수입업자인 제약회사가 ‘제3국인 인도에서 항암제를 수입해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수입중지·판매중지 및 재고 등의 폐기처분명령을 내려줄 것’을 무역위원회에 신청한 것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수입약품은 특허권이 20년의 존속기간으로 만료돼서 특허권침해가 아니므로 자유롭게 제3국에서 수입할 수 있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특허권자는 존속기간이 만료된 특허권은 상업적 생산이 불가능하고 수입약품은 존속기간이 만료된 특허제조방법을 개량해 생산효율성을 높인, 유효하게 등록 중인 개량특허방법에 의해 생산된 약품이므로 특허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존속기간이 만료된 제조방법특허와 개량된 제조방법특허 간의 기술구성의 차이와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특허권의 기술구성을 이해하고 그 침해 여부 판단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다. 특허권자는 특허(실용산안)권·디자인권의 침해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통상 고소를 하게 된다. 법원이나 검찰청은 특허권의 기술내용을 파악하고 침해자라는 상대방의 기술실시 내용과 특허권에 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허권이 출원 전에 널리 알려진 기술인지와 출원 전 공지기술보다 개량된 진보된 기술인지 기술수준 분야에 정통한 전문성과 일관된 객관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이나 검찰청은 손해배상이나 가처분 결정, 형사상처분에 앞서 특허전문기관인 특허청의 심결과 특허법원판결, 심지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서 민형사상 처분을 하게 된다.

 특허전문기관에서도 1차적 결정이나 판결에 이르기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은 오랜 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문서로 제출하는 서면주의, 당사자 주장 내용만으로 다투는 한계가 있다. 구제제도도 특허등록 건수와 비례해 증가하는 분쟁에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바라는 현실의 요구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식재산권 분쟁해결이 지연되면 특허권자든 상대방이든 모두 시장경제에서 도태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항암제사건은 무역위원회에서 수입약 제품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불공정무역행위에 해당되는지를 당사자의 주장사실과 판정에 필요한 내용을 직권으로 광범위하게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신속하게 판정을 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무역위원회는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변리사 감정과 전문가 자문을 의뢰하고 수차례의 기술설명회와 조사단회의를 거쳐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9인의 무역위원 의견을 종합, 판정을 내렸다. 무역위원회는 항암제특허권 분쟁 외에도 에스보드(스케이트롤러보드) 특허권분쟁, 브랜디 술병 디자인과 상표권, 자전거부품 상표권 등의 지식재산권 수출입과 관련된 분쟁도 신청일로부터 3∼4개월이라는 이른 기간에 판정해 기업활동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C사는 지난 5월 초 무역위원회에 수입업자들의 행위가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불공정 무역행위에 해당되는지를 판단, 시정조치해 줄 것을 신청했다. C사 역시 수년 전에 디자인등록권과 실용신안등록권을 취득하고 특허품 생산을 위해 수억원의 설비투자를 했다. 그러나 수입업자가 중국에서 모방품을 수입판매하는 바람에 연매출이 50% 이상 급감해 사업에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신속하고도 공정한 판단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역위원회는 FTA 체제에서 지식재산권과 관련해 국내에 수입하는 물품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품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현장과 연계해 기술개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수립하고 있다. 앞으로 무역행위와 관련된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기대해 본다.

◆박길님 명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pgn@alphap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