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정도 어른이라면 ‘우주소년 아∼톰’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70년대 초 우리나라에 로봇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할 때였다. 그런 로봇이 말도 하고 생각도 하며 사람처럼 행동하니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지금 ‘트랜스포머’라는 영화가 아톰에 못지않은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로봇이 변신한다는 이야기다. 변신 로봇 이야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변신의 원조이자 하이라이트는 손오공이다. 손오공과 아톰을 합쳐놓은 것 같은 변신 로봇 이야기는 그동안 숱하게 많았다. 지금도 TV 만화영화 중에 한두 개쯤은 이런 유다. 오래 전에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액체금속 로봇은 변신 로봇의 결정판이었다. 이야기 구조도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권선징악을 현대판으로 살짝 덧칠했을 뿐이다. 줄거리는 너무 단순해 말할 가치조차 없다는 게 모든이의 평가다.
진부한 소재와 이야기를 모두 담아놓은 트랜스포머가 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걸까. 대부분 영화평론가는 그 이유를 다양하게 변신된 모습을 실사(實寫)처럼 느껴지는 영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컴퓨터 실사라면 ‘쥬라기 공원’이 원조다. 그동안 기술적인 진보가 컸던만큼 다이내믹해지고 진짜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놀라울 게 없다.
트랜스포머가 관심을 끄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어야 한다. 트랜스포머가 새롭게 채택한 소재라면 그나마 기계 생물체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생물과 기계를 합친 것은 사이보그였다. ‘600만불의 사나이’ ‘로보캅’이 대표적이다. 사이보그 이야기의 최종판은 ‘바이센테니얼 맨’이다. 바이센테니얼의 주인공 로봇은 수세기를 거치면서 마침내 한계 수명을 지닌 인간이 돼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기계 생물체인 트랜스포머는 사이보그와 확실히 다르다. 생물체에 기계를 접목시켰는지, 기계에 생물의 지능을 담았는지 불분명하다. 단지 큐브라는 에너지원에서 기계생물체로 태어났다는 점만 제시돼 있다. 영화에서는 기계 생물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기계나 인간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단지 진부한 또 하나의 소재였던 외계인이 기계 생물체로 대체됐을 뿐이다. 컴퓨터 두뇌의 발달로 인류는 기계생물체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트랜스포머는 인류 최대의 화두인 기계 생물체의 탄생 문제를 은연중에 제시해 모든 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북돋운 셈이다.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