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회사
사토 료 지음, 강을수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1만2000원.
‘코스트(cost)’란 영어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제작·공사 등의)비용·(생산)원가·경비·(상품·서비스에 대한)대가·값·가격’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스트의 잣대를 그저 원자재나 원료 등의 단가 계산에만 두고 있다. 이 단어의 뜻을 단순히 ‘개당 단가’로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에서는 ‘철저하게 원가 관리하자!’라는 외침 자체가 허망한 것이 되어버린다. 눈에 보이는 부품의 단가와 원자재 가격만 계속 낮추려고 하면 제품의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거래업체나 소비자가 기피하게 되어 ‘제살 깎아먹기’식 캠페인이 되기 십상이다. 코스트에는 재료비뿐만 아니라 노무비와 기타 경비, 시간과 장소까지 포함되어 있어 지금까지 우리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우리를 둘러싼 환경 모두가 ‘코스트’라는 얘기다.
예를 들면 회사의 입구마다 앉아 있는 수위의 인건비를 비용 낭비의 지표로 볼 것인가? 어쩌다 한 번 도난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월 수위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것은 심각한 비용 낭비가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이야기로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상식선의 해결책이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것까지 코스트 의식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흔치 않은 것이 문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우리가 지금까지 주의를 소홀히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왔던 일상에 돋보기를 가져다 대고 구석구석 숨어 있는 코스트 낭비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첫머리부터 현장에서 신경써야 할 코스트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대안 없이 반복하고 있는 원가절감회의가 얼마나 무용한지, 말로만 되풀이하고 플래카드만 붙이면 다인 줄 아는 원가절감 운동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를 제 3자의 눈으로 일깨워 주고 있다.
저자는 또한, 보이지 않고 수량화되지 않으면 코스트와 무관하다는 생각은 이제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스트일수록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 데이터화 하지 않으면 그 부분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통제되지 않아 피해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결정사항 없는 무의미한 회의만 거듭하느라 실질적인 업무시간에서 손해를 본다면 이 또한 손실 데이터로 잡아야 한다. 이에 저자는 ‘회의코스트’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의 시간당 비용을 확인해보라고 조언한다. 임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과 회의실 임대료, 연락비와 자료비까지 치면 한 회의당 몇 십만원은 금세 깨진다. 그런 회의를 반복하면서도 결론을 유보해 일의 진행을 방해한다면 이는 분명 회사의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인건비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비용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소프트웨어 비용을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앞날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무형의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해서 주고받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 내에서 만큼은 그 기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체의 관리자부터 소프트웨어 부분까지 철저하게 코스트를 계산하지 않으면 별 가치도 없는 일에 수억원의 돈을 들이붓게 되어 회사의 재무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
원자재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고 나날이 인건비가 상승하는 요즘, 코스트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잠재수단이 된다. 코스트 의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했다가는 일 년 앞의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시대가 다가왔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코스트 문제가 한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의 느슨해져 있는 코스트 정책에 경종을 울린다.
코스트 경영은 모든 기업이 이윤을 내기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정석’과도 같은 것이다. 한 기업체의 임원은 물론이고 사원을 비롯한 임시 아르바이트까지도 코스트 의식에 물들 수 있도록 코스트 경영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10년 뒤에도 ‘살아남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비결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