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사용자 중심의 새로운 디지털 문화

이제까지의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는 0과 1로 상징되는 디지털이라는 기술과 형식적인 면에 의해 부각되고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아날로그 미디어와는 달리 언제든지 변형, 재가공이 쉽고 무한한 복제와 유포할 수 있는 디지털의 기술적 속성으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는 급속한 확산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나타난 디지털 콘텐츠의 새로운 경향은 단지 기술적인 발전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새로운 경향이란 과거 소수 정보생산자의 획일적인 정보를 다수 소비자에게 전달했던 것과는 달리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아날로그 시대에도 존재했지만 디지털 문화가 정착돼가는 요즘에 이르러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문화를 규정짓는다는 기술결정론 시각으로는 사용자 참여와 공유의 사회적인 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도, 발전시키지도 못한다. 이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라는 기술이 종교개혁을 이끌어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술 이면에 숨겨진 지식에 대한 갈망과 공유와 참여 정신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디지털 문화의 새로운 경향은 웹2.0과 UCC라는 요즘 디지털 콘텐츠의 가장 큰 화두로 나타난다. 이 새로운 인터넷 문화는 이전의 웹과 비교해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물론 인터넷 망 속도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지만 어떠한 기술적인 요소가 웹 2.0을 탄생시켰다고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웹 2.0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인간 간의 상호작용과 집단지성의 창출 욕구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처럼 네티즌의 지성을 한군데로 모아 더 커다란 지성을 창출해내는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구글의 성공도 결국은 검색결과 순위를 소수의 권위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사용자의 연결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신뢰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UCC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되풀이되는 선정성 논란과 저작권 침해문제 등이 UCC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UCC 열풍에는 물론 기술적인 요소가 작용했다. 캠코더 등의 생산요소가 대중화됐고 이를 전달할 인터넷망의 속도가 증가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웹2.0과 마찬가지로 참여, 공유에 대한 일반인의 갈망이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선관위는 UCC 관련 지침을 마련, 선거법 위반을 강력히 단속하기로 하는 등 UCC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증거이며 올바르게 사용되면 콘텐츠가 커다란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디지털 문화의 새로운 경향을 둘러싼 기술도 아니고 저작권 등의 지엽적인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지성의 공유와 참여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를 더 생각해야 할 때다. 사용자의 참여와 공유를 받아들인 인터넷 기업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됐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유연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이 새로운 흐름을 소화해 내는지가 앞으로의 디지털 문화와 디지털 사회를 결정짓는 근거가 될 것이다.

 올해는 대선을 치르는 해다. 해를 거듭할수록 인터넷 문화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네티즌의 집단적 지성과 참여를 효과적으로 표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려와 동시에 기대가 된다.

◆방기천/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장·남서울대 교수 bangkc@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