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OLED가 온다](하)­열린 시장과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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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김상수 부사장과 LG필립스LCD(LPL) 정인재 부사장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면서 나란히 삼성전자와 LPL에서 세계 최강 LCD 신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해온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3∼4년 전 LCD업계가 대형 TV패널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PDP업체들이 하나같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무시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때의 힘들었던 추억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지금 LCD업계는 PDP업체들의 비관론을 보란 듯이 깨뜨리고 평판 디스플레이 왕좌를 향해 쾌속항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개화기를 맞은 AM OLED도 어찌보면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LCD와 PDP업계는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이런 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찻잔 속 태풍’이라고 야유를 보낸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LCD가 모니터 시장에서 자리잡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TV시장에서는 3∼4년 만에 뿌리를 내린 점을 들어 AM OLED의 시대는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AM OLED산업이 이륙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의 낮은 수율과 생산성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당장은 50%를 겨우 넘는 수율 확보를 위해 기존 제조 기술을 대수술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또 3세대 기판 크기까지만 대응할 수 있어 대형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기존 ‘섀도 마스크 공법’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도 기술 개발을 통한 제조기술 표준화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 LCD의 경우 PVA와 IPS라는 양대 제조공법이 거의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대응한 장비와 재료 개발이 급진전되고 원가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한 상태다. 반면에 AM OLED업체들은 발광재료와 증착공법 등에 따라 제각각의 방식을 사용하며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투자비 대비 생산성이 낮은 장비 개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AM OLED 증착장비는 보통 한 대에 100억원을 넘는 고가지만 생산성은 LCD장비의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양산장비 대부분이 일본의 도키, 알박 등의 제품으로 채워지는 것을 감안할 때 국산화도 시급한 실정이다.

 특허 문제 역시 국내 업체들로서는 복병이다. 삼성SDI·LG전자 등 국내 업체가 많은 특허를 등록하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미국 특허 수에서는 일본의 30%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발광재료·증착방식·격벽구조·고분자 생성 등 원천기술을 코닥·유디시·파이어니어·CDT 등 해외 업체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시장이 활성화되면 로열티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

 기술적 한계 못지않게 판로 확보도 중요하다. 도시바와 캐논이 LCD와 PDP보다 화질이 우수한 전계발광디스플레이(SED)를 2년 전에 개발하고도 사업화하지 못하는 것도 이를 채택할 TV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사장은 “선도기술 개발과 표준화, 특허 대응, 판로 확보 등은 결국 개별기업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며 “결국 개인 플레이가 공멸을 자초할 수 있는만큼 시장을 키우기 위한 공동 R&D와 마케팅과 같은 AM OLED업체들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