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는 자취를 감추고 대신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큰 줄기는 생산비용 절감, 판매량 극대화다. 이 같은 제조사의 정책은 부품업계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휴대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선택되기 위해선 가격경쟁력, 신소재를 사용한 첨단 디자인 및 첨단 기술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우선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정책이 ‘다품종 소량생산’위주에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되면서 부품업체들의 생존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공급가격과 품질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제조사들은 각 품목별 10여개 안팎이던 부품 공급업체를 30% 이상 줄이는 정예화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삼성과 LG전자가 노키아 처럼 개발모델 수를 줄이고, 대신 공통플랫폼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슬림폰, 터치스크린 등 광속으로 변화는 휴대폰 기술 및 디자인은 부품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 뒤처지면 공급체인망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존한다.
실제로, 키패드를 사용하지 않는 터치스크린폰의 등장은 키패드 업계의 주름살을 늘리고 있다. 슬림폰 등장 이후 배터리가 휴대폰에 내장되면서 배터리팩 업체들 역시 수요 부진타개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이재우 동남실리텍 이사는 “후지필름과 코닥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기술변화에 발빠르게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부품 구매 방식의 모듈화’도 제조사와 부품업체 간 새로운 관계설정을 요구한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일부 케이스 업체에 대한 원부자재 구매권한을 부여했다. 가령, 인탑스 등 케이스 공급업체가 키패드, 윈도 렌즈, 힌지, 카메라모듈 등 부품을 구매, 폴더 아세이 수준까지 조립한 뒤 삼성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케이스 업체들의 조립공정 완성도는 지난해 50% 수준에서 올 들어 70%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구미 공장에서 베이스밴드 칩과 PCB만 결합하면 곧 바로 출하될 수 있는 단계까지 조립이 되는 것이다. 1차 부품업체는 부품 구매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삼성전자의 경우 공정을 단순화 시켜 고정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 체제를 신속하게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처럼 확산되는 도급화 경향은 부품 업체간 계층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부품업체 간에도 보이지 않는 ‘서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메이커와 부품업체 간 관계 변화는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 역시 케이스 업체에 스피커, 리시버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올 하반기에는 구매 품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과거 위탁전문생산(EMS) 체제가 부활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케이스 업체에 아예 완제품 제조까지 맡기는 것이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구매방식 모듈화는 윈-윈 전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일부 협력사의 경우 2차벤더로 전락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휴대폰 제조사-부품업체 관계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