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제대로 의사소통하도록 할 수 있다면. 기업 경영자들의 이러한 바람을 충족시켜주는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인터넷, IP텔레포니(IPT), 멀티미디어, 무선통신 등 온갖 기술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한데 뭉쳤다.
UC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양한 기존 통신 인프라를 융합시켜 업무에 드는 시간과 경비를 절약해 궁극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1∼2년만 지나면 기업통신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권은 물론 일반 기업들은 IPT를 기반으로 기존 통신 인프라를 UC로 잇따라 전환하기 시작했다. 주요 통신장비 및 솔루션업체들도 UC 관련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프로모션에 열을 올렸다.
◇빠르고, 효율적인 통신=미국 폭스TV의 드라마 ‘24’의 한 장면. 미국이 자국 영토에서 핵폭탄이 터질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처했다. 가상의 테러진압조직 CTU(Counter Terrorist Unit)는 24시간내 폭발 위험을 제거하고 범인들을 검거해야 한다. 미국 각 국가기관, 군 부대와 대책을 논의해야 하지만 24시간 밖에 없는 상황에선 1분 1초가 아깝다. 필요한 건 역시 스피드. CTU 대원은 UC로 다른 기관 수장들과 한꺼번에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군에서 제공한 지도와 정보, 각종 자료화면을 영상통화를 하며 CTU 대원의 컴퓨터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군 관계자가 설명하며 조작한 데이터는 이쪽에서도 바로 실시간으로 변경된다. CTU가 위성에 요청한 데이터는 CTU뿐만 아니라 군 부대로 동시에 쏘아진다. CTU와 공군의 결정 사항은 즉시 이동중인 지상군과 비행 중인 항공기에 바로 전달돼 신속하게 명령을 수행한다.
군에 UC를 적용한 상황을 설정한 것이지만 이런 통신환경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무한경쟁이라는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엔 당장 필요=UC는 인터넷 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해 개별적으로 제공됐던 음성전화, e메일 등 각종 데이터 관련 서비스, 영상회의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통합적으로(Unify) 지원하는 개념이다. 상대방의 위치나 상태 정보를 확인해 상황에 가장 적절한 통신 수단으로 연락을 시도함으로써 좀 더 편리하게 의사소통을 하자는 취지다.
데스크톱PC나 노트북PC, PDA나 스마트폰 등 별도의 단말기에서 통합서비스를 한번에 사용할 수 있다. 모두 IP기반이어서 데이터 교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UC는 지사가 전 세계에 퍼진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지사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국내 대기업에 특히 필요하다. 전 세계 및 국내의 모든 지사에서 하나의 업무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원격지와의 통신에 따른 시간과 비용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UC가 확산되면 업무 장소의 구분이 사라진다. 사용자는 기업이나 가정을 불문하고 IP망이 구현된 어느 곳에서든 PC, 단말기 하나로 유무선 IP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해 사내에서와 똑같이 업무를 볼 수 있다. 많은 기업이 보안을 위해 기업 데이터를 사내에서만 접속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지만 UC는 보안성도 해결해 어디서든 기업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UC라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있는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동시킬 수 있느냐가 UC 기술의 핵심이다. 물론 따로 제공되던 서비스 간에 데이터를 원활하게 넘나들게 하는 데에는 UC 장비 및 솔루션업체의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외 UC 시장 전망은 ‘파란불’=UC 시장은 개인 사용자보다 업무 효율성과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기업용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될 전망이다.UC가 줄 잠재적인 경제적 효과가 기대됨에 따라 관련 업계는 국내외 UC 시장이 모두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네틱스리서치(www.infonetics.com)의 책임 애널리스트인 마티어스 마쵸윈스키는 “UC가 실제로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많은 이들이 UC를 구성하는 대표적 애플리케이션이 통합 메시징과 커뮤니케이터”라면서 이 시장만 지난해 3억6300만달러로 전년대비 21%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분야가 핵심 애플리케이션이지만 전체 UC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다. 관련 장비와 시스템 등 하드웨어까지 넓히면 UC 시장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국내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더모니터서울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UC 시장이 2006년 5551억원에서 2010년 7422억원으로 33.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e메일·그룹웨어, 콘퍼런싱(영상회의) 등을 포함한 소프트웨어(SW) 및 애플리케이션이 2358억원에서 47.35%가 성장한 34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말기 통합이 확산에 필요=UC 확산을 위해선 무엇보다 이동통신과 IP텔레포니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단말기 환경이 절실하다.
특히 무선랜(Wi-Fi)나 와이브로, HSDPA 등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전화와 이동통신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듀얼폰이 그렇다. 휴대용 단말기로 무선랜 등 IP 망에 접속할 수 있는 곳에선 UC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기존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면 UC의 효용성이 배가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유선 IP망으로 연결된 PC 등에서만 UC를 이용할 수 있어 공간의 제약이 심해진다. 김명환 한국알카텔-루슨트 부장은 “와이파이 폰 등 무선인터넷 통신과 기존 이통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듀얼폰 출시가 UC 확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이동통신사업자는 무선랜 듀얼폰이 이동전화 통화량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제품 출시에는 유보적이었다. 그러나 높아진 비즈니스 수요를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한다. 최근 SK텔레콤이 무선랜 기능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블랙잭’을 출시한 것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인터넷전화와 이동전화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T는 블루버드소프트가 개발한 무선랜 겸용 PDA폰 ‘BM 500’도 조만간 출시한다. KTF도 7월 말, 늦어도 8월 초까지 블랙잭을 내놓는다.
블랙잭 등은 무선 공유기를 설치한 지역에서 다양한 무선랜 망에 접속할 수 있어 인터넷전화 솔루션을 마음대로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스카이프 등 인터넷전화업체는 윈도모바일 등 다양한 모바일 운용체계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사용자가 인터넷전화에 접근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등 UC 관련 기업들은 SKT 등과 제휴해 블랙잭에 자사 솔루션을 내장 연동해 본사, 사업장 및 지사를 하나로 묶는 UC 솔루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이통서비스와 IP 기반의 UC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내놓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 솔루션기업엔 새 희망=UC는 성장 포화에 다다른 통신장비와 솔루션업체에게도 새 도약의 기회를 준다. 통신장비업체들은 투자가 정체한 통신사업자 시장의 대안으로 일반 기업 시장에 눈을 돌렸다. UC는 기업들에 접근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솔루션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컴퓨터, 서버 등 IT기기나 소프트웨어에 더 이상 투자할 게 많지 않으나 구축한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시스코, 알카텔루슨트, LG노텔 등 통신장비업체들은 물론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솔루션 회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UC’를 마케팅 슬로건으로 내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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