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무역에 관심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장보고는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골품제도가 존재하는 신분차별 사회에서 이를 극복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오직 개인의 강력한 리더십과 네트워크만으로 청해진을 설치했다.
결국 장보고는 이를 근거지로 동아시아 무역의 패권을 장악했다. 신라에 설치된 청해진은 중국과 일본의 무역 근거지였을 뿐 아니라 동북아 해상 무역권을 장악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됐다. 페르시아·인도·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동남부를 연결하는 남양 항로와 동북아 항로의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 즉 동북아 무역의 허브였을 뿐 아니라 동남아 교역권역을 세계 시장에 연결하는 고리였던 것이다.
또 청해진은 단순한 무역업무뿐 아니라 정부의 무역대행, 3국 정부 공식사절 안내, 여객운송, 선박건조와 수리, 한·중·일 통역 및 선원 제공, 종교문화 지원 등의 다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이들의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정확한 항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항해술과 조선술의 고도화, 다양한 무역기법 취득이라는 기술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시켰다. 동북아 무역을 더욱 굳건히 장악하는 데 일조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청해진은 ‘동북아 해상무역장악’의 비전을 가진 ‘장보고’라는 강력한 비전 제공자(VP:Vision Provider)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객체들이 기술·지식·정보·인력 등을 공유하는 네트워크형 조직체를 형성했다. 기술적 시너지 효과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전 그 이상의 것을 달성한 혁신적인 무역클러스터(trade cluster)였던 것이다.
청해진은 오늘날 생산업체·부품업체·서비스제공자·협회·연구기관·대학 등 관련 경제주체가 상호작용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적 집합체의 모범사례였다. 기술·지식·정보·인력 등을 공유하는 네트워크형 조직체계인 클러스터(cluster)와 매우 닮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클러스터는 비슷한 업종이면서도 다른 기능을 하는 기업과 기관이 일정지역에 모여 있는 것을 말한다. 대학과 연구소·기업·기관 등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곳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이다.
2008년 5월이면 완공될 송도 u-IT 클러스터에는 ‘u-IT 공유기반설비(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자태그(RFID)/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유관기업이 입주한다. 미국의 유명한 RFID 업체인 에일리언테크놀로지가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서 송도를 선택했다. 현재 에일리언테크놀로지 외에 핀란드·미국 등 세계적 RFID 기업과도 유치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RFID 관련 기업 역시 오는 9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초 송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송도가 차세대 성장동력인 RFID/USN 산업의 전초기지의 면모를 갖출 전망이다.
송도 u-IT 클러스터 센터는 기술·지식·정보·인력을 공유하는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부가가치와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결국에는 동북아의 u-IT 허브, 세계적인 유비쿼터스 클러스터 구축을 비전으로 세우고 그 역량을 다지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00년 전의 혁신클러스터였던 청해진을 닮았으면 하는, 아니 그 이상이었으면 하는 송도 u-IT 클러스터의 비전제공자로서 ‘u-IT 공유기반설비(센터)’ 역할을 기대해 본다. 전라남도 완도에 있던 청해진이 아주 오래 전에 이미 북상해, 후손이 IT로 동북아와 세계를 호령할, 제2의 청해진을 구축해 주리라 기다린다. 인천 송도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하면 무리일까? 청해진이 세계로 연결된 동북아 무역허브였던 것처럼, 송도 u-IT 클러스터가 전 세계 RFID/USN 업계 종사자가 찾기를 원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오계환 한국정보사회진흥원 u-IT 클러스터 추진센터장 kyehoh@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