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원회(FCC)가 경매 주파수 대역의 3분의 1 개방을 골자로 한 700㎒ 주파수 경매 조건을 확정했다고 AP통신·뉴욕타임스 등이 1일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주파수 경매에서 망 개방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확정된 조항에는 구글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주장해 온 주파수 재판매 조항은 빠졌다.
경매 주파수 대역폭은 총 62㎒로 정해졌다. 이 중 22㎒는 망 개방 규칙의 적용을 받게 되며, 10㎒는 공공 안전망으로 상업용과 공동 사용된다. FCC는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150억달러 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파수 경매는 2009년 2월 17일을 기해 미국 방송사들이 전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사용해 온 700㎒ 대역 주파수 중 60㎒ 용량을 반납한 것. FCC는 2005년 제정된 디지털TV와 공공안전에 관한 법률(DTV 법)에 따라 내년 1월 28일까지 경매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뉴스의 눈
FCC 망개방 조건은 한마디로 ‘구글폰’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기존에는 주파수를 획득한 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통제해왔기 때문에, 구글과 같은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자가 망을 이용해 직접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봉쇄됐다. 이 때문에 미국의 마지막 황금 주파수 대역이라고 불리는 700㎒의 경매 조건을 낙찰 주파수 대역의 3분의 1을 개방키로 한 것은 미국 통신정책 변화를 알리는 분수령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번 실제로 구글같은 ‘이질적인’ 사업자가 주파수 경매에 참여해 낙찰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FCC가 망은 개방하되, 주파수 재판매는 금지하는 ‘균형’을 결국 택했기 때문이다. 케빈 마틴 FCC 위원장도 “경매 규칙은 특정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면서 여러 업체의 이해 관계를 고려했음을 강조했다. 그동안 구글은 망 개방과 주파수 재판매 조건만 있다면 46억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경매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혀왔고 AT&T와 버라이즌 등은 재판매 규정이 채택된다면, 입찰 자체를 포기할 것임을 경고해왔다.
확정된 규칙에서 주파수 재판매 조항이 빠지자, 구글은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 없지만 경매 조항을 좀더 검토해야 한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구글 리처드 위트 통신 담당 법률고문은 “경매 낙찰자가 주파수 재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면 망 개방도 자칫 무용 지물이 될 수 있다”면서 “네트워크와 가입자 기반을 가진 사업자들이 기존 비즈니스를 지키기 위해 실제 가치보다 올려서 참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매 비용 이외에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수조원 이상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이번 확정된 규칙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업계나 소비자 단체는 ‘구글의 일부 승리’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의 한 소비자 단체는 “FCC의 원래 의도가 사업자들의 경쟁을 통한 혁신이라면 사업자들이 좀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주파수 재판매를 인정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