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얼마 전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누군가 던진 질문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빈곤과 기아가 없는 세계 아닐까.” “무슨 소리야. 뭐든지 고속으로 가능한 세상이지.”
저마다 관심 있는 분야가 달라서인지 친구들의 답변도 각양각색이었다. 첨단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이동통신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나도 한마디로 답변하려니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마땅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들 녀석을 집 앞에서 마주쳤다. “어, 이제 오니? 좀 늦었네.” “예,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좀 늦었어요. 아버지도 좀 피곤해 보이시네요.”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 저 녀석에게 내가 남겨주고 싶은 세상이 가장 이상적인 미래가 아닐까’
살아온 환경과 발자취가 서로 다르더라도 기성 세대라면 누구나 ‘내 아이들 세대 때는 이런 세상이 됐으면…’ 하는 상상을 그려봤을 법하다.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세상은 ‘IT로 마음껏 자신을 계발하고 자기의 역량을 뽐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고대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발전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바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빈곤이나 사회 인프라 부족으로 배움을 갈망하고 꿈을 접는 청소년과 젊은이가 많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배움과 펼침의 갈망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IT가 급부상했다. 도서관을 찾아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해야 했던 어려운 과제가 인터넷으로 손쉽게 해결되기도 하고 패기에 찬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인터넷으로 대중의 갈채를 받기도 한다. 결국 금전이나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에서 궁금증을 해소하고 지식과 정보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뿐인가. 최근에는 UCC(사용자제작콘텐츠)가 보편화하면서 강호에 은둔하던 고수들이 요령과 비법까지 전수해주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한한 보고이자, 기회의 무대가 열린 셈이다.
이런 열림이 모두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닌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정보혁명의 흐름을 얼마나 잘 대응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 간, 국가 간 성장에서 큰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차이가 문화적 또는 심리적 장벽을 만들어 갈등과 소외의 양상을 만들 우려도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인터넷 세상에 탐닉해 ‘IT 폐인’으로 전락하는 폐단도 막아야 한다. 어려운 취업과 불확실한 미래는 자칫 청년을 ‘사이버 코쿤족’이나 ‘히키코모리’ 등 사회와 단절되는 군상으로 내몰 수 있다. 결국 ‘열린 세상’인 IT를 누구나 쉽게 접하되 건강하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다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관건이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시스코는 지역 사회단체와 학교 등에 네트워크 장비를 무료로 기증하는 한편, 한발 더 나아가 네트워킹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장비를 다루는 교육까지 시켜주고 있다. KT는 지난 2월부터 IT 서포터즈를 출범시켜 노인과 장애인·어린이·외국인 등 정보 소외 계층에게 ‘IT 나눔’이라는 새로운 기부 문화의 모델을 제시해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가 몸담은 KTF도 최근 3.5세대 서비스에서 휴대폰을 통해 모바일 UCC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
유태인의 지혜서인 탈무드에는 ‘배고픈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경구가 있다.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IT 인프라가 마련되고 그 바탕 위에서 누구나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며 낚시 솜씨를 뽐내는 미래가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유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