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 기업이 향후 5년간 2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나노반도체장비 원천기술상용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500억원의 자금 가운데 정부가 70%를 그리고 민간 기업이 30%를 출연해 45∼22나노급 반도체 장비 원천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95년부터 중기거점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국내 반도체장비 개발프로젝트의 투자 규모가 연간 20억원 정도에 그친 점에 비춰볼 때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업계의 기대감도 높으리라고 본다.
정부의 계획대로 5년 내 차세대 반도체 장비기술을 확보한다면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분야의 자생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수출 등 효과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장비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현재 18% 선에 머물고 있는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이번 나노 반도체 장비 원천기술 상용화 사업은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을 조기에 50% 선까지 높이겠다는 정부방침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기존 개발과제와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연평균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동부하이텍 등 반도체업체들이 기획 단계부터 제품 개발 로드맵을 마련해 이에 필요한 장비 개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향후 개발된 차세대 반도체장비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에 실제 투입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성공적인 생생모델로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비 개발 못지않게 개발된 장비를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하려는 대기업의 의지도 중요하다.
사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반도체장비 업계는 그동안 경기부진 탓에 신규 개발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한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와 민간 기업이 공동 투자 형태로 제품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신규 장비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비업체들의 투자 부담감을 덜어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 반도체 장비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업은 단순히 해외 장비의 국산 대체를 넘어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최첨단 장비를 선진 반도체 장비업체보다 먼저 개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5∼22나노급 첨단 장비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상용화가 미진한 분야다. 따라서 국내 장비업체가 먼저 첨단 기술을 확보한다면 차세대 반도체 장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매사에 그렇듯이 출발이 중요하다. 정부는 반도체장비상용화사업단 주도로 조만간 1차연도 사업신청 접수 및 평가를 거쳐 9월 국산화가 시급한 분야나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품목 10개 안팎을 선정할 계획이다. 1차연도 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5년 프로젝트가 순항할 수 있다.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이끌 개발 분야가 신중하게 선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