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트렌드]사이버•체험시대의 대립과 공존

 요즘 ‘디 워’와 ‘화려한 휴가’ 두 영화가 한국 영화시장을 쌍끌이하며 2007년 상반기 한국영화 침체에 대한 우려를 한방에 날려주고 있다.

 ‘디 워’는 코미디언 출신 감독의 영화에 바친 인생을, ‘화려한 휴가’는 80년 광주를 각각 배경으로 관객들의 감성과 영화 콘텐츠가 서로 만나고 있다. 사실 영화 내적인 완결구조만을 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미 팩션의 시대, 극단적으로는 사실과 상징이 혼동되는 시뮬라크르의 시대라고 일컬어지지 않는가.

 현대의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는 내적인 구조와 외적인 구조가 잘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정상’인 시대가 된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 ‘디 워’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심형래 감독의 치열한 현실 인생을 논하고,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난 후 80년 광주에 대해 실제로 서로 들은 바를 논하는 것은 사실 영화 내용과는 관련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 텍스트도 엄연히 ‘시대의 산물’인만큼 영화 자체의 텍스트만을 가지고 논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

 ‘블레어위치’란 똑같은 영화를 두고 텍스트 평가가 한국 관객과 미국 관객들 사이에서 정반대로 나타났던 것과 같은 이치다. 아마추어들의 8㎜ 캠코더 영화로 영화장면은 시종 흔들렸으며 초점도 때로는 잘 잡히지 않았던, 영화의 작은 촬영 기술조차도 반영하지 못했던 영화지만 미국에서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영화에서의 살인이 진짜 마녀가 한 짓이라는 인터넷의 입소문이 사람들에게 그 영화를 볼 때 실로제 공포를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영화 텍스트와 영화 외적 요소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였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러했다. 화려한 캐릭터나 게임 그래픽 자체의 재미보다는 공동체를 이뤄 게임을 한다는 단순한 개념이 리니지의 성공을 일구었다. 서로 공동체를 이루어 게임을 하고픈 게임 외부의 사회적 욕망이 리니지란 게임에 투영됐던 것이다.

 현재 블로그의 인기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자신의 일기를 혼자만을 위한 일기로 썼다. 그러나 인간은 일기를 쓸 때마다 누군가 나의 일기를 볼지도 모른다는 인정욕구를 지니며 좀 더 멋지게 써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왔다. 그런 인간의 나르시스트적 욕구를 블로그란 콘텐츠 모듈에 담아내면서 사이버세상은 완전히 블로그에 점령당했다.

 인간은 이렇듯 사이버세상이 될수록 그 트렌드와는 ‘정반대로’ 더욱 실질적인 현실세계의 체험 욕구를 드러낸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사이버세계, 미디어의 세계와 연결하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미디어=실제 삶’이라는 미디어 방정식의 세계는 사이버세상과 체험시대를 같은 선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사이버세상’이라는 말에서 늘 카우치 포테이토를 연상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역설적으로 미디어가 지배하기 이전, 세상과 격리된 사람들의 사회다. 미디어가 지배하면서 사이버와 실제 세상은 뒤엉켰다. 자신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지 않는 미디어는 성공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사이버세상을 지배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역시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욕구와 마음을 읽는 사람들이다. 사이버세상의 트렌드를 읽는 사람은 오프라인에서의 인간 행동과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다. 이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투영하는 사람임을 뜻한다.

 영화에서, 게임에서, 블로그에서 우리는 그런 현상을 분명히 보고 있다. 심미적 자기성찰, 타인에 대한 관용. 사뭇 대조적인 이 두 능력이 사이버시대와 체험시대가 동시 병존하는 트렌드를 읽고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시대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 shryu@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