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나∼ KT대리운전 1577-xxxx’. 큼지막한 문구를 단 버스차량이 길거리를 지나간다. 고개를 갸우뚱 ‘어, KT가 대리운전업에도 진출했나’. 알고 보면 KT와 전혀 관계없는 기업이다. 하지만 똑같은 기업로고 디자인이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준다.
이 사례는 최근 KT 사내 광고홍보물관리시스템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 제보 가운데 하나다. KT(대표 남중수)는 최근 ‘케이티’ 혹은 ‘KT’라는 사명을 쓰면서 기업로고 디자인을 도용한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KT의 파악에 의하면 KT나 케이티를 쓰는 기업은 모두 540여개. 단독으로만 쓰지않는다면 KT, 케이티를 사명에 붙여 쓰는 것은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KT가 디자인한 로고를 그래도 쓰는 것은 브랜드 및 CI(Corporate Identity) 도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 KT는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는 KT돔닷컴, 케이티로지스 등 10여개 업체와 디자인 교체 권유 등 직접 협상을 벌이거나 경고문 발송, 법적 조치 검토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앞으로 CI 도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 3월부터 CI 도용·오남용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광고홍보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브랜드 도용에 관한 규정 등을 알리고 직원들로부터 CI 도용사례 접수를 받고 있다. 최근 4개월 동안 20건에 가까운 제보들이 올라와 성과가 적지 않다. 지난달 27일에는 제보를 통해 CI 도용의 위험성을 찾아낸 직원 5명에게 포상하기도 했다.
법무법인을 통해 CI 도용 실태를 분기별로 적극 파악해 적극적인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지나치게 영세한 개인가게, 지역상점 등의 경우는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KT가 출자한 기업일지라도 ‘KT 공동 브랜드 관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CI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KT브랜드를 사칭하는 일부 기업들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CI 도용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겠지만 소비자들도 KT라고 생각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