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내비게이션 제조업체인 네덜란드의 톰톰이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특히 지난달 톰톰이 유럽 최대이자 세계 2위의 전자지도(맵) 업체인 텔레아틀라스를 2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대미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본지 7월 25일자 14면 참조
로마시절부터 내려온 비좁고 구부러진 일방통행로가 많은 유럽서는 내비게이션 수요가 많은 반면, 계획형 도로가 잘 발달한 미국은 지금껏 내비게이션의 불모지였다. 실제로 유럽의 내비게이션 보급률은 15%인데 반해, 정작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은 8%다.
아레인 드 태이 텔레아틀라스 CEO는 “스트리트와 애비뉴가 바둑판처럼 잘 조성된 뉴욕서 4번 연속 우회전을 하면 제자리지만, 로마서 그러면 길 잃는다”며 “길만 가르쳐줘선 미국인들에게 내비게이션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과 최적의 경로 등 보다 부가적인 서비스를 얹져줘야 한다는 게 드 태인 CEO의 설명이다.
톰톰은 운전 중에도 안전하게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능과 내비게이션과 음성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또 톰톰은 텔레아틀라스와 함께 미국 도로에 특화된 맵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톰톰은 위키피디아처럼 사용자가 지도의 개선작업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텔레아틀라스의 인수로 톰톰은 위성사진을 비롯해 3D 실사 등 5만개 이상의 원천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인 카날리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내비게이션 시장은 유럽의 톰톰과 미국의 가민(Garmin)이 양분하고 있다. 미국서 가민은 47%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톰톰은 16%다.
올해 톰톰은 700만대 휴대형 내비게이션을 미국시장에 팔 계획이다. 지난해 250만대에 비하면 3배 가량 늘어난 대수다. 유럽서는 작년 850만대에 이어, 올해도 1500만대 가량은 무난할 전망이다.
톰톰 관계자는 “유럽은 5년내 포화상태에 이른다”며 “결국 미국 시장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크리스 존스 카날리스 부사장은 “톰톰의 매출은 최근 수년간 증가세인 반면, 제품 단가 하락으로 지난 2002년 이후 순익은 떨어지고 있다”며 “이번 텔레아틀라스의 인수로 손익 구조의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 건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텔레아틀라스 매출의 30%는 톰톰이 올려줘왔지만 톰톰의 경쟁사인 타 내비게이션 업체들도 텔레아틀라스의 주요 고객사”라며 “양사간 결합으로 반(反)톰톰 진영이 텔레아틀라스로부터 등을 돌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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