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를 찾아낸 것은 해상무역의 강국이 아니라 당시 변방의 약소국이던 포르투갈이었다. 유일한 무역로이던 지중해 뱃길은 베네치아, 피렌체 같은 강국이 이미 선점하고 있어 약소국인 포르투갈은 이용할 수 없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포르투갈은 지중해 뱃길과 다른 새로운 뱃길을 찾아나섰고 결국 포르투갈은 다른 뱃길을 이용해 유럽의 약소국에서 해상 최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치도 약소국이던 포르투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SW 시장에서 한몫을 차지하고 싶지만 이미 상대하기 버거운 강자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선진국이 아직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새로운 시장 그리고 향후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SW)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SaaS란 이전처럼 소비자가 SW를 패키지 형태로 구입한 뒤 저장해 두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할 때만 인터넷상에 접속해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SW를 유형의 제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로 탈바꿈시켰고 아울러 SW의 유통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SaaS 시장이 매년 연평균 21%의 규모로 성장을 거듭해 2009년에는 전체 시장이 107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웹을 기반으로 하는 유통형태가 번성하고 있는 최근 흐름을 볼 때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SaaS 방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새로운 SW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SW 개발과 구매,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는 SaaS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업계와 기관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SaaS 수요를 창출하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레퍼런스를 구축한 경험이 곧 기술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SW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SW진흥원도 우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SaaS 도입을 위한 조그만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사업을 점차 확대해갈 계획이다.
또 SaaS 활성화를 위해서는 Saas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소비자는 SaaS가 비용, 관리상에서 이익이 있다고 수긍한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으로 이용하다 보니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이나 네트워크 장애로 인한 서비스 중단 같은 보안과 안정성 문제 때문에 망설인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공인기관 보증보험제, SLA(Service Level Agreement, 서비스 수준 계약서) 가이드라인 제시 등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차원의 육성책 마련과 더불어 기업 또한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등 본격적인 SaaS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힘써야 한다. 기존처럼 기업이 SW를 기업이 정한 방식에 따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맞춰 공급해야 한다. 게다가 이에 따른 빌링 시스템 등 기존 SW사업 방식과 완전히 다른 판매모델과 개발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를 열 수 있었던 건 모험 정신과 함께 원양 항해를 할 수 있는 군함축조법과 나침반이란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때의 포르투갈처럼 우리도 새로운 시장을 찾고자 하는 개척정신과 변화에 대비하는 선진적인 기술력을 갖춘다면 변방의 SW 소국에서 세계 속의 SW 강국으로 우뚝 설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ymyou@softw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