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머리가 3㎝ 이상 자라면 지도부 선생으로부터 ‘깍쇠 기계’로 하이웨이 머리 또는 펑키머리로 되는 처벌을 받던 그때를 생각하면 혼자서 웃음을 짓곤 한다. 그때는 학생 머리는 이러해야 하고, 여성의 머리는 이러해야 하는 고정 관념이 지배하던 때였다.
지금은 다르다. 거리에 나가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헤어스타일이 매우 여러 가지다. 가르마가 없거나 무스 등으로 치켜올린 머리, 온갖 장식으로 치장한 머리, 말꼬리 형태로 묶은 머리 등등. 심지어 앞모습을 보고 대머리라고 생각했던 청년이 뒤에서 보니 청나라식의 묶음머리로 돼 있어서 실소를 터뜨렸던 기억도 있다. 색깔은 또 어떤가. 노란색·갈색·파란색·블루블랙·흰색·녹색·빨간색 등등. 어떤 젊은 여성은 머리를 좌에서 우로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상으로 꾸미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 그런 모습을 보면 생소함이 앞선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너무 튀는 것 같아 편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자꾸 보게 되고, 마음을 여니 다른 모습이 새롭게 들어온다. 어떨때는 그렇게 예술적으로 보일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가꾸려고 하는 노력이 가상하기까지 하다. 다른 이들의 눈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에 저렇게 꾸미고 다니는 것이라고.
어쨌든 다양한 것은 좋은 것이다. 다양성은 진화의 중요한 전제다. 획일적인 모양과 색깔만을 고집하는 사회와 시대에 살고 있다면 너무 단조롭고 기계처럼 사고가 굳어져 작은 틀 안에 갇혀버리게 된다. 물론 다양성이란 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지만 창조적 변이에 대한 톨레랑스(Tolerance, 관용)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문화의 발전을 봐도 그렇고 미국의 성공을 봐도 그렇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서 상호 이해 속에 장단점을 섞었기 때문에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요즘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성의 표현이 훨씬 더 용이해졌지만 네티즌의 댓글을 보면 상호 인정하는 문화는 아직 서툰 것 같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다양성에만 치우친 나머지 남의 이야기, 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다양성에 인색한 것이다.
다양성은 굳이 문화·예술 분야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첨단 IT 분야에도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술 간 경쟁을 통해 상호 발전하고 보다 고객가치가 높은 상품·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독점기술·독점서비스의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 주류로 부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력선통신기술도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력선통신기술은 이미 전 세계에 깔려 있는 전력선 인프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
최근 전력선통신기술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미국·유럽 등 각국에서는 전용 주파수 대역 허용과 관련 제도가 정비되고 있다. IT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전력선통신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물론 전력선통신 기술을 구현하는 데 몇 가지 난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천년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 100가지 가운데 90% 이상이 최근 1세기 안에 이뤄진 것이다. 그중 70% 이상이 최근 30년 내에 이뤄진 것이다. 인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부터 해당 분야 기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전력선통신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몇년 이내로 인류 문명사적인 큰 변화의 틀을 만들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엑스컴 역시 그동안 전력선통신 기술의 가장 난제로 꼽히던 변압기 통과기술을 구현해내면서 한걸음 진보를 이뤄냈다.
물론 전력선통신 기술이 현재 가장 훌륭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분명한 미래 기술이고 현재 통신의 문제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차세대 기술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헤어스타일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듯 IT에서도 전력선통신에 관심을 더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안 엑스컴 사장 lsa204@exsco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