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고객의 문화 코드와 균형감각

최근 한국의 IT산업이 성장동력으로서 한계에 이르렀다거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낀 ‘넛 크래커(nut cracker)’라는 등 일각에서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소프트웨어(SW)와 IT서비스를 새로운 IT코리아의 성장동력으로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지난 7월 4일 소공동 조선호텔에서는 IT서비스 해외수출을 위한 대·중·소 SW 기업 상생협력 발대식이 열리기도 했다.

 국내 SW와 IT서비스 업체는 전자정부 등 IT서비스 해외수출을 본격 추진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등으로 기대 이상의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SW와 IT서비스 산업에서 이미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쟁이 치열하고 특히 유수의 글로벌 업체가 선점해 후발 한국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선진 기업과 국가를 따라잡으려는 한국의 처지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조화시켜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문화 균형감각이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온오프라인판에 ‘Just Charge It―to Your Cellphone(휴대폰으로 결제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한국에서도 다소 생소한 기업 ‘다날’을 모바일 결제분야의 ‘선구자’로 소개했다. 다날이 모바일 결제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요인은 한국의 높은 핸드폰 보급률, 한국인의 안전하면서도 빠르고 간편한 결제 선호, 증가하는 새로운 유료 디지털 콘텐츠 그리고 신기술의 적응력과 같은 한국의 독특한 IT문화라고 할 수 있다.

 즉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 휴대전화 결제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소개한 현재 미국을 휩쓸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와 새로운 유형의 모바일서비스 증가 트렌드는, 바로 한국의 다이내믹한 IT문화였다. 다날은 단순히 미국의 IT와 결제 문화를 이해하고 기존의 미국적 결제 서비스로 접근하지 않았다. 양국 문화에 균형감각을 지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 보급률이 높고 유료 디지털 콘텐츠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휴대폰 결제 서비스의 성공을 예상한 것이다.

 한국의 게임 산업 역시, 기존의 글로벌 선두 기업이 장악한 아케이드나 콘솔 게임분야에서 승부했다면 한국이 지금의 온라인게임 강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낸 온라인게임을 가지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서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창출, 이 분야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IT산업에서, 단순 기기나 하드웨어는 고객의 코드이해로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따라서 많은 한국의 IT기업은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제품 현지화를 활용,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IT서비스와 SW분야 글로벌 전략은 단순한 글로벌 고객 문화 코드 이해나, 그 문화 적응만으로 후발주자인 한국에 성공을 가져다주기엔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과 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이 가진 IT문화를 접목한 문화 컨버전스가 필요하다.

 최근 베스트셀러로 손꼽히고 있는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 인류학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의 저서 ‘컬처코드’에서는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인 컬처코드를 이해하는 것이 인간관계와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열쇠라고 했다. 즉 비즈니스 세계에서 문화 코드를 안다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훔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핸드폰·디지털TV 등의 IT분야에서 글로벌리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IT와 인프라에 문화 균형 감각을 지니고 한국 주도의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문화 코드를 형성한다면 SW와 IT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이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안경수 일본 후지쯔 아태지역 총대표 ksahn@fujits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