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CG로 문화산업 성공기회 잡자

 지난해 컴퓨터그래픽(CG)에 공을 들여 상업적 성공을 이룬 영화 ‘괴물’에 이어 ‘디 워’의 흥행 성적이 거침없다. 한 작품을 두고 평론가와 관객 반응이 이렇게 첨예하고 시끄러운 것도 유례가 없다. 그러나 작품성이 아쉽다는 평가와 CG가 걸출하다는 평가에는 다들 공감하는 것 같다. 어떤 관점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CG가 작품의 상업적 핵심 경쟁력으로 변해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지난 7일부터 3일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CG관련 세계 최고 행사인 ‘시그라프 2007’ 전시회가 열렸다. 사실 국제적으로는 CG보다 CGI(Computer Generated Image, 컴퓨터형성영상)란 표현이 더 많이 쓰인다. CG보다 광의의 개념인 CGI는 컴퓨터로 만들어진 영상 전체를 의미한다. ‘시그라프 2007’ 전시회에서는 미국의 많은 CG스튜디오가 적극적으로 전문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 두드러졌다. 영화·애니메이션 등 CG작품을 제작하는 편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대 규모 CG스튜디오는 저마다 해외 협력업체를 구하려 애쓰는 중이다.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도 높아져 미국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작업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와 영국으로 많은 일감이 흘러가고 한국의 실력 있는 젊은 기업과의 접촉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문화산업, 특히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포괄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고 CG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우리 CG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고 이를 발판으로 CG관련 문화산업이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어 ‘문화산업 5대 강국’ 목표달성을 위한 디딤돌로 만들 기회가 왔다.

 그러자면 우선 우리 CG역량이 세계적 수준임을 보여주고 또 양질의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 일감을 확보해야 기업도 생기고 성장하며 인력양성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제작자나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기관의 정책과 지원책도 일감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외 제작자나 스튜디오는 한국회사에 진정한 파트너십을 기대하고 있다. 공동제작으로 제작비를 절감하고 재무적 위험도 분산해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CG분야에 실력 있는 기업은 중소기업으로 신용과 재정적인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 부족한 기업의 신용을 정부나 기관에서 뒷받침해 공동제작이 가능하도록 문화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업체 간 컨소시엄을 유도해 제작규모를 키우고 공동투자를 함으로써 더 좋은 작품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수주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호주·뉴질랜드·캐나다·영국 등 우리가 따라잡아야 할 나라와 경쟁할 수 있도록 보조금과 세금감면 등의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런 모델이 정착되면 같은 장소에 모여 있는 많은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획기적으로 동반 성장하게 될 것이다.

 ‘디 워’가 이무기와 애국심, 개인의 남다른 역정 등을 활용한 마케팅에 힘입은 우물 안의 성공이 돼서는 안 된다. 자신감을 갖고 세계로 나아가는 첨병이 돼야 한다. 이제 해외와 소통하고 교류하고 협력해야 좋은 작품, 특히 넓은 문화권에서 팔리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전문가 속으로 뛰어들어 성공요소들을 찾아 섞어야 한다. 우리 문화는 같이하고 섞는 데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다. 모든 반찬을 나눠 먹고 한 그릇에 넣어 비벼 먹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할리우드 등 문화산업의 선진지역과 함께 자신감을 갖고 한 단계 높은 협력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산업 5대 강국의 지름길이다. ‘디 워’의 성공과 CG산업의 세계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공을 기대해 본다.

◆김영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yjkim@gitc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