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 원망하며 살아온 지난날이 후회스러워요. 알고 보니 인터넷 중독의 상당 부분이 내 책임이었는데….”
지난해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을 치유하기 위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실시한 치유캠프에 자녀와 함께 참가했던 어느 어머니가 들려준 얘기다.
“자녀를 길거리 오락기에 무방비로 노출시켰다.” “아무런 통제 없이 컴퓨터를 하게 했다.” “집에서만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것으로 알았다.” “컴퓨터 앞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줄 알았다”는 등 참석 부모는 저마다 분석한 원인을 내용으로 사례를 발표했다.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가 PC방으로 잠적하거나 교문까지 함께 갔다가 후문으로 빠져나가 PC방으로 가더라는 체험담을 얘기할 때는 절규에 가까운 슬픔 자체였다. 하지만 캠프가 끝날 때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 게임을 못 하게만 할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져주고 게임을 대체할 다양한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어야 했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도 이들을 치유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청소년 스스로가 인터넷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 뿐만 아니라 자녀의 인터넷 중독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부모의 인식도 한몫한다. 그러는 사이에 청소년 자신은 점점 더 헤어날 수 없는 중독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고 결국 또래에서 뒤처지거나 사회의 낙오자가 되거나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까지 발전하게 된다.
물론 인터넷게임 중독 치료가 정신과에서 이뤄지다보니 청소년 스스로가 꺼릴 수 있고 또 자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웃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자녀 성장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감추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러는 사이에 자녀는 점점 더 치유하기 어려운 중독자로 빠져들 위험이 커지게 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20%인 약 200만명이 인터넷에 중독돼 있고 이 중 30만∼50만명이 치료가 시급하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학부모의 85.3%가 인터넷 중독이 심각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게임에 중독되는 청소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본다.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청소년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게임업체가 스스로 제어장치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게임 중독 예방 캠페인 전개, 경고 문구 돌출, 게임 중독 상담전화(1388) 안내 스티커 부착 등을 추진해 왔다. 인터넷게임 중독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지난 6월에는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청소년상담지원센터를 허브(Hub)로 해 지방자치단체·교육청·상담기관·의료계·시민단체·언론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협력망도 구축했다.
그리고 심각한 인터넷 중독으로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을 위해 이번 여름방학에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에 있는 ‘한국녹색문화재단’에서 2박 3일 동안 ‘치유의 숲 캠프’를 운영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이 치유 캠프는 인터넷게임 중독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황리에 끝났다. 지금은 연간 2회 실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늘릴 계획으로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예방만은 못하다. 인터넷게임에 중독된 자녀를 둔 부모가 얘기했듯 자녀에게 무조건 게임을 못 하게만 할 것이 아니라 게임을 대체할 다양한 활동에 참가시켜 신체와 더불어 정신적 성장을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혹시라도 자녀가 인터넷게임 중독이 의심스럽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전문 상담기관이나 병원을 찾아줄 것을 당부한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차정섭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홍보관리관 jscha@youth.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