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사의 학력 위조가 드러나면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연일 의혹제기와 양심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학력위조는 양심 파괴라는 질타와 실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희생양이라는 동정의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학력위조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여년 전에도 유수 대학 교수의 박사학위가 가짜로 들통나는 바람에 대학사회가 발칵 뒤집혀진 적이 있다. 예전의 학력위조는 실력을 검증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주로 자행됐다. 당시에는 가짜 학위로라도 일단 교수사회에만 진입하면 그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대중으로부터 실력을 검증받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불거지고 있는 학력 위조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학력을 위조한 장본인이 대부분 대중에게 잘 드러나 있는 각계 유명 인사다. 학력 위조로 특수 신분의 울타리에 안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학력위조로 지탄받고 있는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학력과 상관없이 해당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거나 끊임없이 검증을 받을 자리에 있다. 학력 위조만 아니라면 하등의 문제가 될 수 없는 이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굳이 학력을 속인 이유는 무얼까. 이들에게는 성공을 위해 학벌이 절박했을 리 없다. 없는 실력을 과장하기 위해 학력이 필요했을 리도 없다. 대부분 자신의 실력을 대중으로부터 검증받으면서 성공 대열에 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학벌은 실력을 대변해주는 장치가 결코 아니다.
이들에게 학력은 단지 콤플렉스 해소 도구일 뿐이다. 학력을 위조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할 사람들이 아니다. 성공한 주변 사람에 비해 학력이 떨어져 창피하다는 심리를 보상받기 위해 학력을 위조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기에 동정론자들의 말처럼 학벌주의의 가여운 희생양으로만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어느 사회나, 누구에게나 콤플렉스는 있기 마련이다. 콤플렉스를 이해하고 동정할 수는 있지만 극복하는 수단까지 이해되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중에게 항상 노출돼 있는 유명인사가 양심을 속이고 학력을 위조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일부 특수계층에 의해 이뤄졌던 학력위조 양상보다 어찌보면 지금의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지금은 평생학습 시대다. 학력이, 학벌이 콤플렉스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우리 모두 너무 쉬운 길을 택하려는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는 게 아닌지 되볼아봐야 한다.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