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SW개발자

 “소프트웨어(SW)개발자 여러분, 오늘 저녁에 뭐하십니까?” 아마 대부분의 개발자가 ‘야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IT산업노조 조사에 따르면 SW개발자의 80%는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을 넘어 근무하고 있으며, 절반가량은 주 60시간 이상, 7.6%는 8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80시간 근무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새벽 3시에 퇴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SW개발자의 근로여건 문제를 성토하는 기사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SW개발자가 사직서를 내면서 쓴 ‘내가 IT를 떠나는 이유’라는 블로그 내용은 10만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개발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만 해도 IT관련 전문직이 인기 직종이었지만, 최근에는 공무원 및 교사가 1순위로 꼽힌다. 그만큼 IT관련 업종 특히 SW개발은 직업적인 비전 측면에서 인기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SW개발자 연령대도 다른 직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올해 초에 제8회 한국 자바개발자 콘퍼런스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 30대가 개발자의 88%를 차지했고 40대는 1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SW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직업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야근의 인식이다.

 SW개발자 토론회에서 늘 나오는 얘기 중의 하나가 직업 비전을 갖기 위해 자기계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가 야근이다. 야근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야근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야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 SW개발자는 근무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녁시간이 여러분의 시간이듯이 근무시간은 고객을 위한 시간이다. 근무시간에 당당하게 일하고 난 다음에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SW개발자 여러분,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가족·친구·애인과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그 시간은 누구도 터치하면 안 되는 당신만의 시간이다.

 옥상훈 <한국자바개발자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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