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의 공익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위원회가 케이블TV의 공익채널 수를 현재의 4분의1까지 줄이고 공공성 확대가 가능한 지상파멀티모드서비스(MMS)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선 케이블TV와 지역민방의 일정 수익 확보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방송계가 그동안 IPTV 지역면허 부여 명분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주장해온 점을 감안할때 앞뒤가 맞지 앉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은 최근 방송위원회가 ‘공익성 방송분야 고시’를 통해 시청자 참여 및 사회적 소수 이익 대변, 문화·예술 진흥 등을 위해 지정하는 공익성 분야를 8개에서 6개로 줄이고 이에 따른 유료방송사업자의 의무방송 공공채널 수도 최대 4개까지 가능하던 것을 분야당 1∼2개로 축소하면서 비롯됐다. 이럴 경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수익성과 시청률이 낮은 공익채널을 줄이는 대신 이익이 높은 상업 채널을 끼워넣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방송위는 또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지상파MMS서비스 도입에 대해서도 ‘IPTV 도입 이후 허용’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MMS서비스의 경우 현재의 채널을 쪼개 5∼6개의 방송을 동시에 전송할 수 있어 무료 공익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대안으로 꼽혀왔다.
공익채널 축소에 대해 SO업계 한 관계자는 “순수예술, 사회봉사 등 공익채널의 경우 광고 수주가 어려워 매출이 일반 오락 채널에 3분의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수익률 급감에 시달리는 SO업계 생존을 위해서는 (방송위의 조치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위 관계자도 “의무 채널이 너무 많다는 지적과 함께 분야별 다수 채널을 선정한 결과 채널간 불필요한 경쟁이 발생하는 등 공익성 확보에 문제가 있어 분야별 채널 선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고시가 방송의 공공성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공익채널은 지역 특화 보도 등 공공서비스 제공과 다양한 콘텐츠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단순히 ‘수익’ 측면에서만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대표는 “공공 채널이 축소되면 이 분야 전문 PP가 채널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이는 업체 고사로 이어져 ‘공공 방송 콘텐츠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방송의 상업화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상파MMS 도입을 미룬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김승수 교수(전북대 신방과)는 최근 토론회에서 “방송이 공공재라는 관점에 봤을 때 ‘보편적 접근성’확보와 함께 공익성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MMS의 경우 공익 방송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인 만큼 방송위는 결론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