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15년이 되는 날이다. 강산이 한 번 하고도 반이나 변하는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두 나라는 정보기술(IT) 분야를 포함해 경제·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늘려왔다. 수교 당시 연간 50억달러에 불과했던 두 나라의 연간 교역액은 지난해 1343억달러로 무려 27배나 증가했다. 이는 미국과 한국 교역액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이다. 올 상반기 교역액만 봐도 740억달러를 기록해 연말이면 지난해보다 150억달러 정도 많은 1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IT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96년만 해도 대 중국 IT수출액은 39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02억달러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한편으로는 세계시장과 기술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그동안 저임금을 무기로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해온 중국은 이제 기술·디자인·연구개발 등 고부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곳곳에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중국인의 자신감은 최근 KOTRA가 한중 수교 15년을 맞아 중국기업 31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양국 간 기술 격차에서 한국이 앞선다고 답한 곳은 47.7%에 불과한 반면에 40.7%는 비슷한 것으로 답했다. 중국이 앞선다는 대답도 10%나 됐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중국이 기술 면에서 한국과 거의 비슷하거나 앞선다고 대답한 것이다.
지난해 정통부가 발표한 자료도 중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지 보여준다. 506개의 IT핵심 기술을 한중 간 비교한 이 자료에 따르면 두 나라의 기술 격차가 2003년 2.6년에서 지난해에는 1.7년으로 좁혀졌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경향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샌드위치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면에서도 중국에 뒤진다면 우리의 앞날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하루빨리 민관이 지혜를 모아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이를 강력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과의 IT교역은 계속 늘려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통신을 위시해 여러 방면에서 한중 IT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우리 통신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1순위로 꼽힌다. 앞으로 중국 통신 시장이 서서히 열릴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 업체들의 참여기회도 많아 질 것이다. 그때에 대비해 지금부터 철저한 시나리오를 짜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가 하나가 되는 글로벌체제를 맞아 중국은 입지 강화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IT를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가 첫 방문지로 SK텔레콤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에는 중국과도 FTA 협상이 시작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견제와 범람하는 짝퉁 상품 등 한중 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제 두 나라 간 교류는 그동안의 양적 단계를 넘어 질적 단계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그리고 이의 핵심 역할은 IT가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