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자문업체 신영에셋의 홍순만 부장은 최근 강남에 사무실을 얻으려는 기업 고객을 만나면 강남과 인접한 경기도 분당을 추천하거나 아예 사무실 이전을 미루라고 충고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 물량이 바닥났기 때문.
서울 지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지난달 기준으로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빈 사무실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초 올해 사무실 공급량이 늘어나 부족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신규 공급일정이 대부분 3분기 이후여서 별다른 도움을 주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 주요 지역 임차수요는 여전해 공실률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실률 연중 최저로=부동산투자자문업체 SAMS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서울 지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5%로 전월 대비 0.2%p 하락,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업계에서 1% 초반 공실률은 사무실 이전 등에 따른 자연공실을 제외하면 사실상 빈 공간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실률이 낮아지면서 임대료도 오르는 추세다. 월 임대료, 보증금 운용이익, 관리비 등을 합산한 환산임대료는 올 초 ㎡당 2만9410원에서 3월 2만9570원, 7월에는 2만9736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강남권과 인접한 분당 지역도 덩달아 공실률이 낮아졌다. 분당 지역 공실률은 올 초 3.5%대였으나 7월에는 1.7%로 떨어졌다. 환산임대료도 7월 현재 ㎡ 1만8849원으로 한 달 사이 2.5%나 올랐다.
SAMS 측은 “초대형 빌딩인 분당벤처타운이 보증금과 임대료를 9∼13% 올리면서 임대료 인상을 견인했다”며 “분당권의 낮은 공실률을 감안하면 다른 대형빌딩도 임대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올 초 부동산업계는 서울 지역 연간 오피스빌딩 공급량이 예년의 두 배에 달하는 130만㎡(약 40만평)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4분기 준공 물량이 많았다. 그나마 올해 공급되는 초대형 빌딩 가운데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와 한독산학협동단지 등은 임차 수요가 많은 강남·도심·여의도권과는 거리가 멀다.
홍순만 부장은 “서울시 주요 3대 권역의 오피스빌딩 공급량이 임차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강남권의 경우 소규모 임차는 가능하지만 2∼3개층 이상의 공간을 요하는 중대형급 임차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낮은 공실률이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AMS 측은 “신축 예정인 대형 빌딩에 실제 기업이 입주하는 시기는 내년 이후이기 때문에 당분간 서울권의 사무실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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