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선진국 영국의 통신 요금 지출이 처음으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나라가 유무선 통화량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급증하는 통신 요금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영국의 사례는 다른 나라의 통신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프콤은 지난해 유무선을 합친 영국의 가구당 월 평균 통신서비스 지출이 처음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의 가구당 서비스 지출은 전년 94.03파운드에서 92.65파운드로 1.5% 가량 떨어졌다.
통신비 지출 하락을 주도한 분야는 휴대폰이었다. 2006년 가구당 휴대폰 사용료는 전년에 비해 2% 가량 추락한 31.72파운드로 조사됐다. 반면 통화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휴대폰 통화량은 전년 전체의 30.7%에서 지난해 35%를 넘어섰다. 가정에서 이뤄진 휴대폰 통화량은 전체 2340억분 가운데 820억분을 차지했다. 기업은 전체 2310억분 가운데 710억분이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통화였다. 휴대폰을 통한 접속 빈도도 일반 유선전화 등과 비교해 지난해 오히려 6.4% 가량 늘었다.
오프콤 측은 통신비용 지출이 하락한 이유로 통신 시장에서 경쟁 환경의 정착과 유무선을 결합한 통합 상품(패키지)의 확산을 꼽았다. 영국에서 결합 상품 비중은 지난해 전체 가구의 40%가 이용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또 패키지 상품을 무기로 유선·이동통신·방송사업자가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컨버전스 경쟁에 나서면서 통화 요금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오프콤이 규제를 크게 완화한 이후 카폰웨어하우스·버진미디어·영국스카이방송그룹 등 방송과 유선사업자가 유무선 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유료 디지털TV를 결합한 저렴한 번들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보다폰·오렌지와 같은 통신사업자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초고속 서비스를 포함한 결합 상품을 선보이는 등 사실상 사업자끼리 영역 구분이 없어지면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오프콤 측은 “패키지 상품은 다른 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이에 맞서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누려온 통신사업자가 신규 가입자 유치를 늘리고 장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번들 상품을 제공하면서 요금 하락을 주도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이 밖에 가정과 중소기업의 초고속망 접속 회선이 1660만 회선에 달했으며 일일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도 36분으로 지난 4년 동안 158% 가량 늘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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