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휴대폰스팸 요리법

[ET단상]휴대폰스팸 요리법

“디지털 정보가 오·폐수 방류나 남벌, 무분별한 간척 등 기존의 환경파괴 못지않은 새로운 환경오염원으로 등장했다.”

 데이비드 레비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언급한 ‘새로운 환경오염원’ 중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스팸이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2006년까지 스팸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공언했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스팸은 창궐하고 있고 디지털 환경을 더럽히는 제1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한 소비자조사기관이 1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의 70% 이상이 집 안에서도 휴대폰을 주머니나 손에 들고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은 통화를 위한 수단만이 아닌 신체의 일부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 스팸이 스토커만큼이나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올 상반기 휴대폰과 e메일 사용자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팸 수신량 조사’에 따르면 휴대폰 스팸이 e메일보다 실제 스팸 수신량은 적지만 심리적인 불쾌감과 증감에 따른 스트레스는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스팸은 지난해 하반기 하루 평균 0.47통이던 것이 올 상반기 0.53통으로 다소 증가했다. 이는 060 성인 스팸 등 음란성 스팸이 소폭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팸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팸 발송으로 스패머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한 연구소에서 밝힌 조사자료에 따르면 e메일 스팸 발송에 따른 광고비용은 1센트의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이보다는 비싸지만 한 건당 13원 정도로 다른 광고매체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을 더럽히는 스팸을 퇴치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통신사업자 그리고 개인 등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통신사업자는 스팸 발송자의 명의도용 및 대리인을 이용한 서비스청약, 비상식적인 과다 서비스청약의 확인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까다로운 본인확인 절차로 스패머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스팸 퇴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이용해 스팸 발송으로 금전적 이익 발생 시 이를 사업자에 지급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당한 사업이익을 회수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방안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스팸 발송자의 블랙리스트 정보를 통신사업자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는 등 스팸 억제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우리도 스팸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에서 전방과 후방이 구분되던 시대는 지나갔듯이 정부와 관련기관 그리고 통신사업자가 전방을 책임진다면 이용하는 우리는 후방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

 작년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조사한 ‘2006년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의하면 휴대전화 스팸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방안에 대해 43.5%의 응답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책은 이동통신사의 114에 전화를 걸어 060·080 서비스의 일괄차단을 신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휴대폰의 스팸 문자 차단 기능을 사용해 스팸에 많이 쓰이는 단어를 등록하자.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불법스팸대응센터(www.spamcop.or.kr)에서는 매월 ‘080’ ‘거부’ ‘보증’ 등 스팸 메시지에 많이 등장하는 스팸 차단어 중 상위 10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정부와 통신사업자가 준비한 정책과 기술이라는 좋은 음식재료와 더불어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라는 향신료가 맛깔나게 어우러질 때 ‘휴대폰 스팸 요리법’은 더욱더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jyhwang@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