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겨우 목구멍으로 조금 삼키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숨이 곧 끊어질 듯 말 듯한 소리, 또는 그 모양. 깔딱의 사전적 의미다. 등산객이라면 한번쯤 ‘깔딱고개’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히며 이곳을 어떻게 넘을까 걱정하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이후 산행은 즐거움 그 자체다. 누구는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도 한다. 등산객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인에게도 ‘깔딱고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창업 이후 제품 개발을 시작해 본격적인 매출을 올리는 시점에서 재투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을 나타내는 ‘은어’로 쓰인다. 벤처의 생존 마지노선이기도 한 이 ‘고개’를 넘지 못하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10∼20명 수준인 벤처기업이 이 문턱을 넘어 생존하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 확률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 기술력 확보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그렇듯이 창업 이후 1∼2년이면 자금이 바닥나게 마련이다. 결국 재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이때 투자를 받지 못하면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갖고 있던 기술마저도 사장되기 일쑤다.
반대로 원천 기술로 무장, 상용화의 물꼬를 튼다면 투자자는 몰려들고 기업 공개로 안정적인 투자 루트를 확보하게 된다.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지속 성장의 발판이 된다. 그래야만 투자, 기술 개발,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 활력 있는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도전정신으로 대변되는 벤처기업. 한때 신경제의 거품이라고 구박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한국경제 중심축으로서의 역할론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진감래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 부모 세대도 대표적 고난의 표징으로 늘 ‘보릿고개’를 상기시킨다. 그만큼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기에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겨준 게 아닌가 싶다.
‘숨이 곧 끊어질 듯한’ 힘겨운 상황을 이겨낸다면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많은 벤처 기업이 ‘깔딱고개’를 무사히 넘겨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
임지수 온라인/탐사기획팀장 j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