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통신(IT) 산업은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16.2%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든든한 밑거름이 돼 왔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IT산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평균 44.6%에 달한다. 또 지난해 비 IT부문 무역수지가 382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반면에 IT부문은 543억달러나 흑자를 기록했다. IT부문 무역수지는 계속 늘어 올해는 625억달러 흑자가 예상될 정도로 IT산업은 국가 경제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는 우리나라 IT 경쟁력은 여전히 건재하며, 향후에도 당분간 국가 경제의 원동력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다만 지속적인 국가 경제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IT산업과 더불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의 개발과 추진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향후 IT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 성장 동력으로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그것은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구명한 이래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바이오’라 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바이오에 의한 새로운 제품 보급과 서비스 향상으로 다양한 편익을 얻는 ‘바이오경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반영해 우리나라 역시 국가차원에서 높은 관심과 육성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1994∼2006) 기간 동안 확보된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원천기술 확보’와 ‘산업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 강화’를 위해 그간의 성과와 시사점, 국내외 환경분석을 토대로 ‘바이오비전(Bio-Vision) 2016’(제2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2007∼2016)을 수립했다.
또 정부는 ‘바이오비전 2016’을 향한 지원의지를 적극 천명하고 국민의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3월 19일에는 정부 관계자와 국내 생명공학 분야 산·학·연·관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이오비전 2016’의 성공적인 추진의 결의를 다지는 원년 선포식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특히 ‘바이오비전 2016’ 심포지엄에서는 제약산업의 동향과 더불어 글로벌제약기업의 위기와 그에 따른 우리 제약업계의 기회가 언급되기도 했다(서울대 김성훈 교수). 즉, 글로벌제약기업의 위기는 신약파이프라인의 부재와 많은 블록버스터의 특허 만료 등에 기인하는데 우리의 제약기업이 신약파이프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패러다임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연한 발견에 의한 신약개발(discovery)이 생명분자수준의 이해에 기초한 신약개발(knowledge)로 변환돼야 하며, 기술중심(technology)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신약이 개발돼야 한다는 김성훈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와 같은 생명공학분야의 정부·산업계·학계의 관심과 노력에 생명연은 생명공학관련 출연연으로서 많은 자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인 노력에 우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역시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연구모델을 정립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아무쪼록 바이오의 정책수립과 육성방안이 관계부처와 생명공학분야 이해당사자만의 관심사항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추진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 IT가 국가 역량의 효율적인 집중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뒀는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IT에서의 소중한 경험이 바이오에도 이어져 국가 R&D의 역량이 집중되기를 기원하며, 이를 통해 바이오가 정보통신산업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서 하루빨리 자리매김 하기를 고대한다.
◆이상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rheesk@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