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대 유선전화 사업자 AT&T와 버라이즌이 마침내 지역전화·장거리전화를 하나로 묶어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최근 이동통신과 인터넷전화에 밀려 침체일로를 걸어온 유선전화시장이 1, 2위 사업자 주도의 ‘시장 띄우기’ 전략으로 새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블룸버그·AP통신 등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AT&T와 버라이즌의 요청을 받아들여 장거리전화사업 분리·재판매 서비스 요금 상한선 등 일부 ‘지배적사업자 제한 규정’을 철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AT&T와 버라이즌은 이 규정을 준수해 장거리전화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 운영해왔다.
공화당 소속 로버트 맥도웰 FCC 위원은 “관련 시장(유선통신 시장)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소비자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시장경쟁 질서가 확립돼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배경을 밝혔다.
FCC의 새로운 방침에 따라 AT&T와 버라이즌은 향후 3년간 분당 최고 12센트의 저렴한 요금에 지역이나 거리 제한없이 유선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초저가 상품을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
▲뉴스의 눈
이번 FCC 결정은 ‘유선전화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라는 미 정부 정책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유선전화가 통신시장의 지배적 서비스가 아닌 현 시장 상황에서 더이상의 독과점 방지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FCC는 오히려 유선전화 사업자에 폭넓은 시장경쟁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동통신과 인터넷의 근간이 되는 유선통신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FCC가 유선전화 1, 2위 사업자인 AT&T와 버라이즌에게 각각 지역전화·장거리전화 사업 통합을 허용한 것은 1982년 미 정부의 유선전화 시장 독과점 방지책에 따라 AT&T 지역전화 사업이 7개 자회사(베이비 벨 baby bells)로 분리된 지 25년 만이다.
새 방침에 따라 AT&T와 버라이즌은 장거리전화와 지역전화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개의 법인으로 분리 운영해 온 사업을 통합해 장거리전화 사업 별도 운영에 따르는 마케팅과 영업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AT&T 측은 “이번 결정으로 우리도 앞으로 타사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경쟁업체 스프린트넥스텔 등은 “지배적사업자 규제 철폐가 1, 2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더욱 키우는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FCC는 이번 장거리전화·지역전화 사업 합병 승인 결정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유선전화 사업자들이 IPTV 사업에 진출할 때 신규 사업자들보다 유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안은 유선전화 사업자들이 각 지역에 IPTV 사업권을 신청할 경우 지역정부는 90일 이내에 사업권을 승인해야 하며 사업자에게 징수하는 사업권 비용도 매출의 5%를 넘을 수 없게 한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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