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이 ‘정부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입장을 대변해오던 기관들이 실제 수요자인 기업과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일단 기획예산처가 매년 실시하는 산하기관 경영실적평가 가운데 ‘고객만족도’ 항목 가중치가 가장 높은데 따른 것이긴 하지만, 과거 일방적인 정책집행 기관으로 이미지 개선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어 주목된다.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은 전국 8개 권역을 중심으로 ‘고객만족 서비스 향상을 위한 로드쇼’를 2주간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각 지방 체신청과 고령층정보화 교육기관, 장애인정보화 교육기관 등을 순회하면서 직접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지난해 행사를 통해 수렴된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80% 이상을 해결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최초로 기관 설명회(IR)을 열어 화제가 된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은 기업·언론·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를 벌여, 이를 정책 집행에 반영해오고 있다. 또 직원들이 ‘고객만족 에세이’를 작성,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진행했는지를 기술하게 하고 고객 서비스가 뛰어난 직원에 ‘프레드상’을 수여하는 등 고객 만족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김창곤 NIA 원장은 최근 직원 조례에서 “직원과 고객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단은 ‘고객이 옳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재경부 산하 기술보증기금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라는 기치를 내걸고 변신에 나선 케이스. 고객지원팀을 이사장 직속으로 확대 개편하고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보증을 해주는 ‘무방문 보증제도’를 도입했다. 또 ‘기업전담 서포터즈 제도’를 도입, 전담 직원을 통해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기술·경영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이후명 평가분석팀장은 “기관장·임원·직원의 성과급·기본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산하기관 마다 평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며 “고객 서비스 강화는 그동안 정부가 지속 강조해 온 경영혁신·고객만족경영이 확산돼 대국민 서비스 개선으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체 74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영평가는 검사검증, 금융수익, 문화국민생활, 산업진흥 등 8개 유형별로 종합경영부문, 주요사업부문, 경영관리부문 등으로 나눠 100점만점으로 발표되며 이가운데 ‘고객만족개선도’가 포함된 종합경영부문에 최대 39까지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고객만족도 지수가 전년 78.8점에서 지난해 83.1점으로 크게 향상되면서 전체 순위도 11위에서 1위(연·기금운용유형)로 올라섰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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