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유비쿼터스(u) 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였다. 이 자리에서 행자부·건교부·정통부 실무팀장은 u시티 산업 활성화와 당위성을 설파했다.
원대한 큰 그림도 그렸다. 비전으로만 보면 가슴이 다 벅찰 정도였다. 행자부는 오는 2011년까지 3단계에 걸쳐 9953억원을 투입, 전국 각지에 u시티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생산 유발효과 1조4000억원, 고용 유발효과 2만여명, 부가가치 유발효과 5200억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모두 차세대 지역정보화 계획에 따른 것이다.
건교부도 오는 2012년까지 1432억원을 투입, 생태도시 기술을 적용한 u에코시티를 건설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정통부도 마찬가지다. 오는 2012년까지 3098억원을 RFID/USN에 투자해 u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한 계획을 내놨다. 201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까지 마무리되면 산업생산 유발효과 58조원, 산업부가가치 유발효과 44조원의 거대한 신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꿈의 도시’가 건설될 전망이다. 전국 각지에 u기술이 접목된 5세대 명품 주택이 속속 들어선다는 것이다. u기술과 융합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능형 첨단도시 건설이 일반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u시티 사업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법·제도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단일법이 아닌 개별법에 의거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부처별·운영주체 간 힘겨루기 양상도 생겨나고 있다.
행자부는 u지역정보화촉진법의 입법을 예고하고 있고 건교·정통부는 u시티건설지원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부처의 이해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궁극적으로는 u시티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셈 법은 제각각이다. 행자부는 지역정보화법을 매개로 지역정보화는 물론이고 국가정보화 주무부처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싶어한다. 건교부도 도시개발 주무부처의 위상을 정보화로 확대하려 한다. 정통부 역시 기획 및 인프라 구축단계의 국가정보화 주무부처의 위상을 지키고 서비스도 주도하고 싶어한다.
부처 산하 협·단체도 갈릴 수밖에 없다. 정통부 산하의 u시티협회에 이어 최근에는 건교부 산하에 해외u시티협의회가 발족됐다. 민간 기업이 헷갈릴 만하다. 어느 곳에 줄을 서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원사 중복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u시티 법 제정 요구가 한낱 공염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벌써부터 아파트를 건축하면 분양원가에 u인프라 구축비용을 포함해야 하는데 법·조례 제정이 안 돼 있어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통합과금과 도시통합운영센터를 설립할 예산편성 및 집행근거도 없다. 원격진료와 같은 u헬스 역시 마찬가지다. 조만간 법 조항 미비로 문 닫는 기업이 나올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예 국가 차원의 통합 u시티법의 연내 제정이 물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부처별 첨예한 이해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법이 대표적인 예다. 실무 팀장이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당장 책임 소재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무조정실로 달려가겠는가.
그렇다고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u시티 관련 부처별 실무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모임 자체가 갖는 함의다. 이미 3개 부처의 역할론까지 나온 상황이다.
u시티는 첨단산업의 집합체다. u시대의 새로운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손색이 없다. 우리의 앞선 IT와 인프라를 활용하면 종주국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노 생큐’다. 이제라도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서라는 말이다. <박승정 솔루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