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이 10일 리비전A 식별번호를 010으로 부여하고 2002년 폐지된 망내할인을 허용한다는 발언으로 통신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두 사안 모두에 직격탄을 맞은 LG텔레콤은 충격에 빠져들었으며 010을 얻었지만 망내할인을 막아내지 못한 KTF도 잠재적인 긴장 상태다. SK텔레콤은 리비전A 사업 포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데다 망내할인에 따른 매출감소가 불가피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결과적으로 3사 모두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금할인과 소비자혜택이라는 명분으로 사업자를 압박한 정통부가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꼬집었다.
◇리비전A 식별번호 010으로=두 개월 남짓의 짧은 식별번호 논쟁은 010의 승리로 귀결됐다. 당초 리비전A의 가장 큰 이점은 기존 번호(01y)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었으나 쟁점화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이룬 셈이다. 현행 번호세칙으로만 보면 당연히 01y지만 이를 바꾸면서까지 010 번호통합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나가겠다는 정통부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번호세칙을 바꿀 정도로 010 번호정책이 그렇게 중요하면 EV-DO 서비스 번호이동을 왜 허용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또다시 예측 가능성 없는 정책이 나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번호도 번호지만 WCDMA의 강한 육성 의지와 SK텔레콤의 리비전A 사업 참여를 놓고 일종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010 부여에 따라 SK텔레콤의 리비전A 사업 추진을 접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사업 참여를 결정해 신청을 하더라도 승인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010 부여가 LG텔레콤을 겨냥한 게 아니라 SK텔레콤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는 얘기도 나왔다. LG텔레콤이 억울하다고 여길 만한 여지가 많은 셈이다.
◇망내할인 5년 만에 부활 예상=유 장관은 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폐지한 망내할인도 허용의사를 밝혔다. 요금할인을 향한 강력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요금할인 방안으로 망내할인 요금제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망내할인 언급을 한 것은 그만큼 요금인하 폭이나 대상을 넓히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요금문제를 평소 시장에 맡기라던 정통부가 청와대 압박에 사정없이 무너지면서 요금의 칼을 앞장서 휘두른다는 업계의 불만도 고조됐다.
망내할인은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이 당시 10초당 22원의 요금을 1원씩 할인하는 내용을 약관에 넣었으나 후발사의 반발과 비대칭규제 정책에 따라 2002년 약관에서 삭제해 사라진 제도다. 망내할인을 시행되면 가입자가 많은 쪽으로 시장이 쏠릴 수밖에 없다. KTF와 LG텔레콤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다.
◇LG텔레콤 대책마련 부심=폭탄 두 개를 한꺼번에 맞은 LG텔레콤은 즉각 대책회의를 갖고 강수를 던졌다. 리비전A 단말기 2종을 출시했으며, 11일 오후에는 전격적으로 약관 신고를 할 계획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번호세칙 이전에 약관을 신고하면 01y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엔 무조건 010으로 유치해야 한다. LG텔레콤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번호세칙 변경 이전에 약관을 신고해 01y로 가입자를 모집하겠다는 복안이 있었는데 장관 발언이 나오자마자 실행에 옮겼다. 이번 조치에 반발함과 동시에 정통부를 향한 섭섭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는 경쟁사의 분석이다.
LG텔레콤은 SK텔레콤에 리비전A 사업 참여를 지속적으로 권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제 겨우 경쟁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여지없이 폭풍우가 한바탕 몰려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내년 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KTF는 010 식별번호 부여에 따라 희색이 만면하면서도 망내할인이 전면적으로 시행되거나 타격이 커지는 부분은 필사적으로 막는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번호의 결정에 씁쓸해하면서도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요금할인 압박을 해결할 묘법을 찾지 못해 고민이 가중됐다. 망내할인은 가입자 유지·확대라는 이점이 있지만 매출감소와 추가 요금인하 압박이라는 양날의 칼을 지니고 있어 꼭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늘 망내할인을 요금인하 압박 시 최후의 카드로 여겨왔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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