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매체들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로부터 일제히 긴급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날 콘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선이 MS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 및 특허 소송은 2004년 일단락됐지만 선과 MS는 ‘10년 앙숙’ 관계여서 외신들도 귀를 쫑긋 세우는 분위기다.
경쟁업체와 사사건건 부딪치며 거침없는 발언을 즐겼던 전 CEO 스콧 맥닐리(선 창업자)와는 달리 2006년 CEO에 오른 조너선 슈워츠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로 만드는’ 전혀 다른 리더십으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조너선 슈워츠의 ‘실속 경영’ 화제=슈워츠의 ‘적과의 동침’은 MS뿐만 아니다. 슈워츠는 CEO에 오른 직후인 올 1월 인텔과의 깜짝 제휴를 선언했다. 당시 선은 AMD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자랑하며 인텔 프로세서 기반 서버 시장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을 때였다. 슈워츠는 “인텔 칩의 x86서버 시장 점유율이 80%인데 AMD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며 인텔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인텔은 선의 운용체계(OS)인 솔라리스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선은 유닉스 서버에서 오랜 경쟁자인 IBM과도 지난 8월 전략적 제휴를 맺어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다. IBM 서버에 선의 솔라리스가 구동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제휴 요지다.
슈워츠의 개인적인 스타일도 이 같은 실속 경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슈워츠는 가장 활발히 블로그를 운영하는 CEO로 꼽힐 정도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주말에는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직원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즐긴다.
◇“선, 윈도 서버까지 OEM한다”=사실 선은 MS와 결코 편할 수 없는 관계다. 무엇보다 선은 구글과 연대해 ‘오피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급하는 등 MS 사업의 심장부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선 선이 △MS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거나 △MS의 가상화 도구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협력방안은 선이 MS의 서버 운용체계인 ‘윈도서버’를 OEM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슈워츠의 실속 경영 효과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선은 지난 분기 순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표 참조
관련업계는 여기에 슈워츠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이 매출로 이어진다면 CEO로서 슈워츠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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