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미래를 준비한다](1)선마이크로시스템 실리콘밸리 연구소

[글로벌기업 미래를 준비한다](1)선마이크로시스템 실리콘밸리 연구소

◆선, 휴대폰 시장을 흔든다

요즈음 정보통신(IT) 업계 최고 화두는 무엇일까. 혹자는 웹2.0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컨버전스(Convergence)를 얘기한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주력 제품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거의 모든 IT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떠올리면 간단하다. 바로 휴대폰이다.

애플이 지난 7월 아이폰을 출시했고 구글도 일명 ‘G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프트웨어 황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블랙베리 제조업체 RIM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황금시장을 잡기 위해 IT 업계가 온통 휴대폰 시장에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물밑에서 조용히 휴대폰 프로젝트를 개시한 업체가 또 하나 있다. 실리콘밸리의 ‘베테랑 기업’으로 통하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다.

◇전 세계 모든 휴대폰을 자바 환경으로=실리콘밸리 심장부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러에 위치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본사 연구소는 최근 ‘자바FX 모바일’이라는 R&D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주력사업인 서버와는 다른 휴대폰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OS에서부터 응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것을 ‘자바FX 모바일’ 솔루션 안에 집어넣겠다는 구상이다. 기본적인 기술 연구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된 상태이고 현재는 개발 부문으로 옮겨져 사업화를 위한 규격 완성화 작업이 한창이다.

선이 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선의 대표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언어 자바는 이미 ‘자바ME’라는 이름의 솔루션 형태로 전 세계 휴대폰 20억대에 탑재돼 있다.

그러나 ‘자바ME’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동작 플랫폼이었다면, ‘자바FX 모바일’은 각종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다양한 휴대폰 소프트웨어, 리눅스 기반 운용체계 커널까지 통합 제공하는 차세대 모바일 통합 운용 기반이다. 특히 운용체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모바일 6’이나 ‘심비안’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자바FX 모바일’은 휴대폰을 위한 전체 스택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플랫폼 제약을 받지 않는 자바의 개방성을 그대로 반영해 자바 기반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순 SW 공급자에서 휴대폰 사업 주체로=휴대폰 기기 구성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휴대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CPU)와 메모리 반도체가 휴대폰 본체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이다. 이 하드웨어 위에 OS가 올라가고 OS 위에 미들웨어가 탑재된다. 미들웨어는 휴대폰의 여러 기능 즉 인터넷 검색·SMS·모바일 결제·벨소리 등 음악 내려받기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미들웨어 위에서 구동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자바FX 모바일’은 선이 지금까지는 휴대폰 미들웨어(자바ME)만 공급해왔던 것을 확대해 운용체계(OS)와 웹, 문자메시지(SMS) 기능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선은 ‘자바FX 모바일’을 통해 단순 SW 공급자에서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휴대폰 사업에 직접 뛰어든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선과 손잡나=‘자바FX 모바일’의 OS는 리눅스, 미들웨어는 자바로 만들어졌다. 리눅스와 자바 모두 공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휴대폰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자사 제품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선은 이런 강점을 내세워 ‘자바FX 모바일’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모바일과 대적할 유력한 표준 규격으로 키우기 위해 전 세계 주요 휴대폰 업체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삼성전자이다.

아직 공식 발표나 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선은 그동안 공고히 다져온 양사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휴대폰에 ‘자바FX 모바일’을 탑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선의 R&D분야 수석연구원 겸 과학사무소 총괄인 존 게이지 부사장은 “실질적인 프로젝트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삼성에서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자바FX 모바일 규격이 확정되면 삼성전자와 급속도로 프로젝트 진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새너제이(미국)=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실리콘밸리 연구소는

여느 실리콘밸리 기업과 마찬가지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역시 전 직원이 연구개발자인 형태로 시작했다. 선의 최초 연구결과물은 공동창업자 앤디 백톨샤임이 고안한 워크스테이션으로 1982년 선 창업의 모태가 됐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R&D센터는 1991년 선 본사에 설립돼 올해로 16년차에 들어섰다. 선은 실리콘밸리 본사 연구소를 비롯해 러시아·중국·일본·인도·아일랜드·한국 등 6개국에 글로벌R&D센터를 두고 있다. 전 세계 3만5000명 직원 가운데 본사 랩센터 직원은 150명이다. 랩센터에서는 3∼4명이 한 팀이 돼 평균 3년씩 순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여기서 얻은 결과물 중 성공한 일부가 개발센터로 옮겨져 제품으로 상용화된다.

선은 연간 20억달러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투자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선연구소를 통해 탄생한 자바(프로그래밍 언어), 솔라리스(서버 운용체계), 썬파이어(중대형 컴퓨터) 같은 기술 또는 제품들은 현재도 컴퓨팅업계의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자바는 컴퓨터·휴대폰·게임기 등 전 세계 45억대의 기기에 탑재됐으며 무료로 공개한 운용체계 ‘솔라리스10’은 700만명 이상이 등록해 사용 중이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역시 선의 기술로 탄생했다. 1994년 선과 픽사가 ‘토이 스토리’에서 보여준 기술은 ‘렌더팜’이라고 불리는데 87 듀얼 프로세서와 30 콰드 프로세서 스팍스테이션 20을 사용, 세계 최초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완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인터뷰-조너선 슈워츠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최고경영자(CEO)

 “동갑내기 친구로서 전자신문의 25주년 창간을 축하합니다!”

본지와 함께 올해로 설립 25년째를 맞는 네트워크 전문기업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조너선 슈워츠 사장은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창간 특집 인터뷰에 응하며 독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전자신문과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설립연도가 같다는 얘기에 금새 ‘친구’라는 표현을 쓸 만큼 친화력이 강한 조너선 슈워츠 사장은 주위에 적이 없다. 선이 자바를 오픈소스로 전환한 이후 솔라리스, 자바파일시스템(ZFS) 등 잇따른 오픈소스 전략을 지휘해 온 그에게는 경쟁자나 반대 진영조차 모두 잠재적 동반자이거나 고객일 뿐이다.

슈워츠 사장은 “과거 경쟁업체였던 인텔·IBM도 우리 기술을 도입하는 파트너가 됐다”며 “선은 이제 서버 업체가 아니라 기술을 개발해 공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오픈소스 기업”이라고 말했다.

선 CEO이자 실리콘밸리의 기술 ‘트렌드 세터’로서 그가 바라보는 향후 IT트렌드는 무엇일까. 슈워츠 사장은 “소셜네트워킹이 ‘넥스트웨이브(next wave)’가 되고 우리 사회의 사고방식과 접근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정부는 소셜네트워킹 기술을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더 나은 교육 콘텐츠 강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국가의 비즈니스 및 기술적 발전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인터넷의 확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며 향후 발전 방향은 더욱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90년대 닷컴 거품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네트워크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유틸리티로서 기술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향후 100년간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슈워츠 사장은 “네트워크 전문기업인 선이 ‘참여와 공유라는 웹 2.0의 정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업체”라며 “(웹2.0의 정신이) 선이 오픈소스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자바를 비롯한 오픈소스 기술은 선의 비즈니스 성장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기회와 선택을 확대해 주며 궁극적으로는 경제 발전을 위한 혁신 동력”이라면서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를 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만이 성공 가도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