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에도 성(性)의 황금비율이 있다(?)’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남성 엔지니어 일색인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여성 개발자 채용 비율을 지금보다 더 높이라고 조언했다.
전미여성정보기술센터(NCWIT)가 지난 25년간 IT분야 특허 인용 건수를 조사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끼리만 발명한 특허보다 남성과 여성이 고루 섞인 팀에서 발명한 특허가 인용 건수에서 42%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용 건수가 많다는 것은 특허가 연구 논문에 그치지 않고 상용화로 이어져 산업 현장에 도입됐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VM웨어·아이로봇, 남성과 여성 공동창업해 성공=로봇청소기 ‘룸바’로 청소가전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아이로봇은 남성과 여성 개발자가 공동 창업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공동 창업자인 헬렌 그레이너 회장과 콜린 앵글 사장은 MIT에서 동문 수학한 친구 사이로 로봇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의기투합해 아이로봇을 세웠다.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로 꼽히는 청소로봇에서부터 군사작전에 투입되는 지뢰제거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로봇을 개발해 낸 이 회사의 저력은 두 공동창업자의 조화로운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NCWIT는 분석했다.
얼마전 기업공개에 성공한 VM웨어도 부부이자 연구실 동료인 다이앤 그린과 멘델 로즈브럼이 공동 창업해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실리콘그래픽스, 사이베이스 등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다이앤 그린은 CEO로,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인 멘델 로즈브럼은 CTO로 각자의 특기를 살리고 있다.
◇20년 전보다 여성개발자 비중 3배 가까이 늘어나=공학 전공자나 기업 엔지니어의 여성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NCWIT 조사 결과, 1980년대 전체 IT특허 출원자의 1.9%에 불과했던 여성 비율이 2000년대에는 5.7%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통신 등에서 여성 비율이 급증해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여학생 수는 오히려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컴퓨터공학과 졸업생 중 여학생 비중은 21%로 1985년의 37%보다 크게 축소됐다. IT기업에서도 여성 개발자 채용 비중이 80년대보다 줄어드는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WCWIT는 전했다.
NCWIT는 “연구 결과 기업 내 여성과 남성 비율이 조화를 이룰수록 사고의 다양성이 높아져 혁신적인 발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여성 개발자 비율을 높이는 것이 기업 효율성을 증대시킨다고 강조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980년대와 2000년대 美 IT업계 여성개발자 비율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