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멘토가 간다](4·끝)결산 좌담회

  중소기업을 위해 추진해온 이공계 전문가 기술지원 서포터즈사업(테크노멘토 사업)이 4년째를 맞았다.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좌담회중 참석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중소기업을 위해 추진해온 이공계 전문가 기술지원 서포터즈사업(테크노멘토 사업)이 4년째를 맞았다.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좌담회중 참석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참석자:황흥선 우리미디어 대표, 김창경 대학산업기술지원단장(한양대 교수), 박성민 산자부 산업기술인력팀장, 정준석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사회: 서현진 전자신문 정책팀장·부국장대우

 정부가 핵심 전문인력 부족 및 지식재산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추진해온 이공계 전문가 기술지원 서포터즈사업(테크노멘토 사업)이 4년째를 맞고 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에 핵심기술 개발이나 기술자문 등에서 전문 교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공계 교수도 실 산업현장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해보고 싶은 연구를 기업체와 수행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업 과정에서 참여 학생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전자신문은 이에 따라 기획시리즈 ‘테크노멘토가 간다’를 통해 테크노멘토사업 추진현황과 사례, 성과 등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는 각계 전문가를 초청, 테크노멘토 사업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발전적인 산학 협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결산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7층 대회의실에서 가진 좌담회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서현진 전자신문 정책팀장(사회)=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현장 일선에 있는 황 대표께서 한 말씀 해달라.

◇황흥선 우리미디어 대표= 인력난은 특히 수도권 외 지역에서 심각하다. 산업은 IT 발전과 함께 핵분열하듯이 파생산업들이 매일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력지원 역시 기존 전통제조업과는 다른 패턴으로 가야 한다. 첨단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개발을 희망하는 기계제조 업체에는 전기, 전자 등의 기술 자문이 필요하고, 전자제조업의 경우 또 다른 분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지원이 필요한 부문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업종 분야 전문가들이다.

◇사회=공과대학 교수 시각에서 보는 중소기업의 문제점은. 또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점은.

◇김창경 대학산업기술지원단장(한양대 교수)= 우리나라에는 기업부설연구소가 있는 중소기업이 1만여개가 있다. 이들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므로 혁신적 기술개발도 당연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고급 연구 인력에 대한 인건비 보조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 퇴직인력에 대해서 중기 재취업 지원이 확대돼야 하고, 박사급 연구원의 중소기업 상주 파견제도 등이나 안식년을 ‘산학년(産學年) 제도’로 발전시켜 이공계 대학 교수를 기업에 파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 정부는 기업 인력부족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테크노멘토 사업을 실시하게 된 배경은.

◇박성민 산자부 산업기술인력팀장= 지난해 중소기업 전체 인력부족률은 3.78%로 2005년 4.4%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에서 배출한 인력의 수준과 규모가 산업계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기존의 대학 연구·교육체제를 산업계 수요 지향적으로 개편하고 공대의 혁신을 통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당면한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교수·연구원 등 이공계 전문가를 기업현장에 보내 기술적 애로를 해소하게 하는 테크노멘토 사업도 그 일환이다.

◇사회= 지난 3년간 테크노멘토 사업은 중소기업의 기술자문 및 애로사항 해결을 통해 새로운 산학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 간의 성과를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정준석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2004년 말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70억원을 투입해 628개 중소기업의 기술자문 및 애로기술을 해결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난해까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32편과 특허출원 29건, 기업당 평균 35%의 매출증가 등이 나타났다. 우수 석·박사인력 양성(학부 270명, 석·박사 335명 참여)과 현장 재직자의 기술역량 제고 등의 효과도 있었다.

◇사회= 멘토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 공대 교수들은 이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김창경= 우리 중소기업은 핵심기술 확보와 제품 고도화를 통해 중국의 기술력 도전에 대응하는 한편, 일본·미국과 같은 기술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탈추격형 기술개발체계로의 조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혁신주기가 급변함에 따라 기술 개발부터, 생산, 마케팅 등의 전 주기 과정을 한 기업에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핵심역량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아웃소싱해야 한다. 즉 기존의 기업에서 수행하던 R&D 방식에서 연계해 개발하는 C&D(Connect & Development)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생존이 가능하다. 지금은 ‘Know-How’ 시대가 아니라 ‘Know-Who’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멘토의 역할이 있다. 중소기업은 멘토를 통해서 멘토가 속해 있는 대학의 모든 역량을 소싱할 수가 있다. 즉 중소기업이 영문 브로슈어를 만든다면 멘토를 통해서 영어를 잘하는 교수, 브로슈어의 디자인을 잘하는 교수와 연결이 가능할 것이다. 산학협력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멘토의 주된 역할이다.

◇사회=10월이면 4차연도 사업이 시작되는데. 기업은 테크노멘토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개선할 점은 무엇이 있겠나.

◇황흥선= 테크노멘토 사업은 매우 유익한 산학협력 실행제도다. 4차연도부터는 안식년 교수님의 적극적인 테크노멘토 참여가 이뤄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양한 산학 협력 사업에서 교수님들이 기술개발연구과제 계획서와 함께 안식년을 신청하도록 추진하고 정부 예산까지 함께 지원한다면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사회= 테크노멘토 사업을 실제로 운영해 온 사업수행주체가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

◇정준석= 교수에 대한 기업 선호도에 비해 교수의 멘토 활동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기업은 멘토로 현직교수를 가장 선호하나, 현직에 몸담고 있는 대학 교수의 자문 활동은 여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성과 평가에서도 사업수행 여부를 멘토와 기업의 자문 기록에만 의존하고 있어, 사업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사업 종료시까지 참여하는 멘토 소속 대학원생은 연평균 300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참여인력의 해당 기업 취업률은 14명(1·2차연도 실적)에 불과, 인력 취업률 연계를 위한 인센티브 마련 등도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정부는 멘토 사업 내실화를 위해 최근 사업 개편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편안의 골자는.

◇박성민= 가장 큰 변화는 안식년 중인 이공계 대학 교수를 기업에 상주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현직 교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과 멘토의 상주를 희망하는 기업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기업은 전문 멘토의 상주를 통해 ‘기술기획-개발-사업화-마케팅’까지 전 과정에 대한 포괄적 자문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현재 3000명 수준인 멘토 풀도 세부 분야별·지역별로 구분하고 확대해 기업 요구에 맞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가 매칭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기술 인증 신청기업 가운데 기준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약간의 지원만 보태진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부 지원을 집중하는 것도 포함됐다.

◇사회=새로 시행될 안식년 교수 멘토 활용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겠다. 사업단장께서는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갈 계획인가.

◇김창경= 우리 대학은 아직까지 모두 연구중심으로 가고 있지만 산학 협력이 대세가 되고 있고 대학의 산업에 대한 기여도가 중시되고 있다. 연구논문은 많이 내지만 실제 현장에서 산학 협력을 경험한 교수들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대학 교수들은 안식년에 유행처럼 외국으로 나가고 있으나 안식년이라는 1년 동안 실질적인 연구를 해외에서 하기는 매우 힘들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점차 안식년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사회= 산업기술 인력 전담기관 입장에서 대학과 기업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정준석=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R&D 투자순위는 61개국 중 9위이나, 산학 협력 정도는 32위를 기록해 개선의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실질적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산학 협력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에 대학은 상대적으로 목적의식이 부족하다. 중소기업과 대학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협력과제와 파트너 선정, 개발업무수행, 개발성과의 이전·소유 등을 둘러싸고 마찰과 갈등이 발생하는 일도 있다. 기업의 경우 최고 경영자가 산학 협력에 의지와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학은 교과과정을 이론중심에서 현장수요 위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도 업계의 다양한 수요분석을 기초로 수요자 중심의 정책개선을 꾸준히 해야 한다.

◇사회= 정부나 산업기술재단에 바라는 점이나 건의사항은.

◇황흥선= 사업과제 종료 후에도 협업을 유도할 프로그램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또 지원제도가 너무 많다 보니 각 부처 간 유사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안식년 교수의 활용 이외에 전문 고등학교 교사의 활용방안도 검토했으면 좋겠다. 기업들은 기술개발 외에도 경영혁신, 품질혁신, 지식재산권 확보 등에서도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공대 교수와 함께 상경계 교수들의 연대 지원방안도 필요하다.

◇사회= 정부의 산업기술인력정책 방향에 대해 소개해달라. 대학·기업·연구소 등 각 혁신주체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은.

◇박성민= 산자부는 그간 산업기술인력의 양적·질적 불균형 해소를 위해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 지역혁신인력양성, 차세대 핵심기술인력양성, 공학교육인증 등 다양한 인력양성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올해 선정한 50개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시작으로 공학교육의 글로벌 혁신전략을 착실히 추진하겠다. 지식기반 서비스 등 15대 전략기술개발 분야 핵심인력 양성에도 힘을 집중하겠다. 연구 인력의 70%가 집중돼 있는 대학은 기업의 혁신역량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자가 돼야 한다. 기업 역시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력양성의 책임있는 주체자로 나서야 할 때다.

정리=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