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 벤처 투자 `투잡`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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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에 이어 이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 페이스북이 벤처 투자에 뛰어들면서 IT업체의 벤처캐피털(VC) 겸업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이 파운더스 펀드·액셀 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1000만달러 짜리 창업지원 ‘FB펀드’를 설립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앞서 구글은 올들어 더블클릭·매러텍·그랜드센트럴·포스티니 등 6개 업체를 인수한 것 외에도 지분 참여 방식으로 유망 신생벤처에 투자를 확대해 왔다. 구글은 처음부터 기업을 통째 인수하는 것보다 나중에 M&A 협상 우선권을 갖는 조건으로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요즘 선호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가제트 벤처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글 기술을 사용해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 투자 전문업체 시드펀드에 100만달러를 투자, 인도 현지의 기술력 있는 벤처를 발굴하는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전략 역시 구글과 비슷하지만 이미 창업한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잠재업체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FB펀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회사를 창업할 수 있도록 2500만달러부터 최대 25만달러까지 종자돈을 제공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얼마 전부터 웹사이트에서 독립 SW개발자나 타 업체 사이트의 다양한 솔루션을 링크함으로써 페이스북 서비스를 단순한 인맥관리를 넘어선 웹 애플리케이션 기업용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국내에서도 한컴 자회사 씽크프리가 페이스북에 문서UC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링크 서비스를 시작한 후 8000여명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에 ‘FB펀드’를 우선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이전에 IT기업 벤처 투자의 원조로는 인텔을 들 수 있다. 인텔은 이미 16년 전인 1991년 자회사 인텔캐피털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1000여개 기업에 총 40억달러를 투자해 정통 VC를 제치고 IT 분야 세계 최고 벤처캐피털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인텔캐피털은 가장 최근 51닷컴·자자·피닉스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아터니티·세도·투터닷컴 등 6개 회사에 31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투자를 받은 업체들은 ‘인텔’ 덕분에 자금 지원뿐 아니라 인지도가 높아지는 부대효과를 누렸다.

 인텔의 사업과 시너지가 나는 분야의 업체들이 주요 투자 대상에 오른다. 지난해 인텔은 모바일와이맥스 사업자 클리어와이어에 6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스카이프의 아성에 도전하는 인터넷전화업체 자자는 인텔이 지분을 인수하는 동시에 VoIP 서비스 사업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인텔이 2억1850만달러를 투자한 VM웨어는 지난 8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후 세 배의 투자 수익을 냈다.

 이밖에 올 상반기에만 3000만달러 가까운 금액을 벤처투자에 사용한 모토로라나 시스코시스템스·야후 등이 IT업체 중 벤처 투자의 ‘큰 손’으로 꼽힌다. 이와는 반대로, 한때 벤처 육성에 적극적이었던 IBM·마이크로소프트(MS)·HP 등은 오히려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해 선별적으로 투자하거나 전문 VC를 통해 지분 참여를 하는 수준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