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포폰’ 근절 대책 강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대포폰이 만들어지는 과정

 앞으로 중고 휴대폰이나 새 휴대폰을 법인 명의로 가입하려면 ‘법인세 납부증명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개인이 이동전화서비스에 가입할 때에도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장애인복지카드 등 은행 통장개설시와 같은 수준의 신분증만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27일 다른 사람 이름을 훔쳐 휴대폰을 개설한 뒤 악용하는 이른바 ‘대포폰’을 근절하기 위해 이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는 중고 휴대폰을 이용해 가입하는 신청자가 유령법인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만 각종 증명서 첨부를 의무화해 가입을 제한했는데, 그 대상을 새 휴대폰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위·변조가 어려운 신분증만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이용약관을 개정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형식적인 신분확인으로 대포폰을 양산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선불폰’에도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인터넷에 게재되는 대포폰 판매정보를 삭제하거나 해당 사이트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지난 200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이동전화 가입자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 규모는 6만743건, 405억원대였던 것으로 추산됐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뉴스의 눈

 신분 확인을 강화한 정부의 대포폰 근절 조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통한 대리 개통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대책이 주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유령 법인을 이용하는 등 개통 과정이 불법적인 대포폰에 집중됐으나 실제 유통되는 대포폰의 상당수는 개통 행위 자체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범죄자들은 거리의 노숙인이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례를 지급하고 휴대폰을 개통한 후 자신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포폰을 확보한다. 휴대폰 개통 자체는 당사자가 신분 확인을 통해 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잠시 체류하는 외국인이 쓴 선불폰 역시 개통시엔 신분 확인을 거친다.

정부 발표 자료에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 규모만 등장할 뿐 전체 ‘대포폰’ 현황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상당수의 대포폰이 정상 개통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대포폰 현황을 파악한다면 더 이상 이로 인한 문제가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포폰을 근절하려면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포폰을 개통해준 사람 중 선의의 피해자도 있어 무조건 처벌에 무리가 있다.

어떤 휴대폰이라도 가입자를 식별하는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단말기 개통과 같은 신분확인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리점은 대리 개통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통부가 다음달 구성할 예정인 ‘대포폰 근절 전담반(가칭)’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조치는 일선 이동통신 대리점의 영업 행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통 실적을 높이려고 가개통을 해온 일부 대리점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대리점들은 대리 개통을 요구하는 고객을 무조건 의심해 거부할수만 없다고 밝혀 당분간 대리 개통을 둘러싼 소비자와 대리점간 승강이가 예상됐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