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글·MS워드·파워포인트 등 문서작성 소프트웨어(SW)에 포함돼 문서를 보기 좋게 꾸미는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글꼴이 미니홈피, 광고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며 돈 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서체 시장에서 미니홈피, 광고 등을 통해 콘텐츠로 팔리는 글꼴 시장규모가 110억원대로 전통적인 신문, 출판서체 시장 규모(90억원)를 넘어서리라는 전망이다.
◇미니홈피, 휴대폰 글꼴은 개성표현 수단=글꼴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은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 대표적 사례가 싸이월드에 산돌커뮤니케이션 등 17개업체로부터 글꼴을 받아 2005년 8월부터 글꼴을서비스 중인 SK커뮤니케이션즈(대표 조신·박상준)다. 싸이월드에서는 240종의 글꼴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 새로운 틈새시장에서 매일 2만5000개 꼴로 글꼴이 팔리고 있다. 이를 통해 창출된 매출 규모만도 월 10억원 가까이에 이르러 이 회사의 연간 글꼴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휴대폰서비스에서도 글꼴 콘텐츠 판매의 인기는 예외가 아니다. 스타들이 직접 손으로 쓴 글씨를 응용해 만든 ‘스타폰트’ 글꼴 서비스 등이 엄지족들에게는 배경화면, 컬러링에 이은 휴대폰 꾸미기의 새로운 인기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의 ‘폰트친구’서비스는 ‘산돌광수체’ 등 220여종의 글꼴을 지원하며 휴대폰 메뉴는 물론 문자메시지, 무선인터넷까지 원하는 글꼴을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5월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현재 일평균 1000건에 가까운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1개월에 900원, 3개월에 1800원의 정보이용료 내고 쓸 수 있다. 현재 애니콜랜드, 클럽 싸이언 등 휴대폰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도 글꼴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SK텔레콤 측은 “매달 판매량이 늘어 월 평균 4000만∼5000만원가량 매출을 낸다”고 밝혔다.
직장인 백은애(28)씨는 “기존의 폰트는 쉽게 질리지만 글꼴은 개성과 기분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며 “일촌끼리 글꼴을 선물로 주고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문, 출판 매체의 서체 개발위주의 글꼴 회사인 산돌커뮤니케이션(대표 석금호)은 2000년 이후 미니홈피, 휴대폰 등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매체의 글꼴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붓글씨, 디자인 영역으로 자리매김=영화포스터, 광고에서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캘리그라피도 주목받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상업적인 서예라는 뜻으로 전문 디자이너인 캘리그라퍼들이 광고, 앨범재킷, 영화포스터 등의 배경, 상황 등을 고려해 직접 쓴 손글씨를 일컫는다. 손으로 쓴 글씨지만 이를 디지털로 옮겨 광고 사진이나 포스터 이미지에 맡게 음영을 주고 글씨 크기를 조절하는 작업을 거친다.
캘리그라피는 2∼3년전 부터 광고, 영화 포스터, CI, BI 등에서 감성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이를 표현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산업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영화 포스터의 경우 제목에 쓰이는 캘리그라피는 최소 평균 300∼400만원선이며, 광고는 편당 평균 100만원에서 150만원 수준이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업체인 심화(대표 이상현)는 캘리그라피로만 지난해 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현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는 “한국에서 캘리그라피 역사는 이제 8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며 디자인 시장에서 한 장르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은 “전문적인 캘리그라퍼는 10명 내외지만 올해 설립한 협회에 가입의사를 밝힌 디자이너들은 700명 가까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재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글씨체에도 개성을 추구하게 마련이고, 여기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결합돼 당분간 신선한 시도인 글꼴, 손글씨는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