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그리드 딜리버리, 피할 수 없는 대세

 ‘그리드 딜리버리(Grid Delivery)’는 최근 들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최신 개념이다.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은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을 위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들의 유휴 자원을 이용해 낮은 비용으로 높은 품질의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사실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음악이나 동영상 서비스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데이터 파일 크기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 추세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에 대한 관심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기술 자체의 평가 이전에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지, 심화되는 국제경쟁 속에서 국내 기술 수준은 어떤 우위에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9·11 테러 당시 CNN 인터넷 서비스가 정상적이지 못했던 것과 같이 적잖은 선례에서 기존의 전송 기술로는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은 서비스 품질 향상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적용 사례로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에는 극복해야 하는 요소도 존재한다. 콘텐츠 보호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깊게 강화된 보호 기술이 필요하다. 유휴 자원을 이용하더라도 제한된 범위에서 자원을 사용하도록 고도로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이러한 요소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기술적으로 해결하면서 별도의 콘텐츠 보호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도 높은 수준의 보호기능을 제공하고 자원의 사용량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제어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적인 보완으로 말미암아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은 새로운 발전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상용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종래 CDN기술을 사용하던 인프라 제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06년에 베리사인이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 업체인 콘티키를 인수해 새로운 형태의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은 CDN 전문업체 아카마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사인 BBC도 자사의 방송 콘텐츠를 전 세계에 제공하기 위해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채택했으며, 스카이프(Skype)의 창업자가 각국 방송사의 콘텐츠를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주스트(Joost, 인터넷 TV)’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채택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이 선례로 자리 잡아 벤치마킹되면서 조만간 다른 기업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가 주목하는 IPTV 서비스는 고품질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다수의 시청자에게 전송할 수 있는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면밀한 선례의 연구와 검토가 진행 중이다.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이 IPTV에 적용되면 그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앞선 인터넷 인프라와 적극적인 기업문화에 힘입어 이미 2003년부터 상용 서비스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이 적용됐으며 이제는 수십개의 상용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이 그리드 딜리버리를 이용한 CDN 서비스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특허와 같은 원천기술이나 기술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최첨단에 서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미래의 경쟁 우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특히 해외 경쟁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급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으며, 파급 효과가 큰 글로벌 상용 서비스에 그리드 딜리버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업체들과의 힘겨운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내 기업이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함으로써 현재의 기술격차를 유지, 아니 더 벌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성우 고려대학교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 swchung@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