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전략물자 통제 해제하기까지

 이번 ‘2007 남북관계 발전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한반도의 운명을 한국인의 손으로 이끌어나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고 그 희망이다. 경제인의 만남에서 북측이 대북투자를 크게 늘려달라는 것이나 남측 기업인이 “‘통행·통신·통관’을 24시간 365일 가능하게 해 달라” “북측에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고 남측은 세계적인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동포기에 절절한 심정으로 내일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선언 5항을 보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의 원칙과 함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의 조속한 완비 등 구체적이고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추진되는 개성공단 1단계보다 훨씬 광범위해진다. 그러나 남북의 합치된 희망이지만 동행한 우리 기업인이 큰 투자를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6자회담에서 발표된 북핵 불능화와 북한의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가 실현되는 것을 우선 지켜본 뒤 그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 합의대로 이행하는 대변화가 감지된다. 능동적으로 약속이행을 이끌어내고 민족의 희망을 실현시킬 한국인의 주도면밀한 판단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번 정상회담과 6자회담으로 북·미 모두가 해결국면에 진입하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바로 한민족의 희망을 실현할 호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비확산을 확보하려는 국제질서도 만만치 않으므로 희망 실현기회가 지속될 것으로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불신의 안목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퇴행할 수도,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높다. 북핵 불능화가 이행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해제절차는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시작되더라도 미국 대통령의 해제결정까지는 통상 2년 이상 걸려온 게 사실이다.

 이라크는 2002년 후세인 정권이 몰락했지만 2004년 9월에 해제결정이 이뤄졌고 리비아는 2003년 6월께 국제사회의 핵사찰 수용의사를 밝혔지만 2006년 5월에 해제결정이 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 이전에 절차를 마치려는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하며 6자회담 당사국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하도록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런 상황이 되면 유엔안보리의 1718호 대북 무역제재는 폐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더라도 당장 전략물자를 제한 없이 반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비아는 테러지원국 해제 후 미국의 수출통제대상국(E1)으로 완화돼 허가범위가 넓어졌을 뿐이다. 북한에 수출 후 사용용도의 투명성이 요구되며 민감한 물자는 계속 제한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북한은 실망하지 말고 수출통제에 순응해야 하며 남북이 전략물자관리에 공감하고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상황을 보여줘야 한다.

 개성공단 1단계를 조속히 완료하려면 입주업체 설비의 미국 수출관리규정에 의한 물품리스트(CCL) 해당 여부와 관련규정을 판단해 주고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면 이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 수준의 개별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미국 내 법률 대리인을 거쳐 허가절차를 밟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투자는 경공업·광업 외에도 북한의 우수한 IT인력을 활용한 만화영화, 게임 제작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전자제품 생산 등이 유망할 것이다. 이에 필요한 장비는 핵 불능화 조치가 성실하게 이행된다면 비군사용으로 입증되는 조건으로 대부분의 장비가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장비, 일정 성능 이상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반도체 제조장비는 군사용 전용가능성이 높아 허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은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로 국제적으로 각종 제재를 받아왔지만 앞으로 국제평화를 존중하고 비확산 질서에 합류해 신뢰를 구축해 간다면 남북이 협력하는 경제공동체의 실현을 앞당기며 그 영역도 넓어질 것이다. 그 희망의 실현은 한민족의 손에 달려 있다.

◆심성근 전략물자관리원장 soungkun@kost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