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통신요금을 놓고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쪽에서는 과도한 수준의 부담으로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고 이의 근거로는 가계지출 중 통신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과 통신회사, 특히 이동통신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을 들었다.
이러한 소비자 측 주장에 통신회사들은 방대한 네트워크 설비 투자와 유지비용,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의 필요성, 신기술과 신규 진입자 출현 등으로 초과와 독점이윤 여지가 거의 없으며 현재의 통신요금 수준이 국제적으로 결코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요금 수준을 시장메커니즘이 아니라 규제기관이나 정치권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적정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사용자의 비용부담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보다는 소비자가 더 현명해져야 하고 공정한 경쟁이 더 활성화돼야 더욱 싸고 효과적인 통신요금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의 수많은 요금 플랜(plan)은 아무도 다 모른다. 아마 통신회사 직원조차도 어떤 서비스-요금 플랜이 제공되고 있는지 완전히 알지 못할 것이다. 통신요금이라고 해서 다 같은 통신요금이 아니다. 통신요금 안에는 서비스·통신기기·콘텐츠 등의 요금이 포함돼 있고, 다양한 통신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제공되는 비용이다. 따라서 종전의 오락·교육·문화·금융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던 비용이 현재의 통신요금에 포함돼 있다. 또 통신 서비스가 가져다주는 효용가치에도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통신비용 증가는 교통비용 절감을 의미할 수 있다. 따라서 통신요금 내용도 좀더 세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망 내 할인제도는 통화량에 관계없이 일정비용을 지출하는 고정요금제도 효과를 가져다준다. 평균적인 요금인하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실질적인 할인의 수혜자는 편중될 수 있다. 이 제도는 통화량의 한계비용이 거의 ‘0’이라는 것과 한 사용자의 통화가 다른 통화의 품질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비용 부담자와 이익 향유자가 꼭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통신량이 많은 (상업적) 사용자에게 더 유리할 것이다. 싼 것이 비지떡일 수 있다. 통신비용 적정성은 통신기기 및 서비스의 품질과 전체적 비용을 비교해 따져 보아야 한다. 통신요금은 서비스 제조원가에 기초한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다. 편리성·효용성·신뢰성·기능성·생산성·이동성 등의 통신품질수준과 다양한 통신 서비스의 내용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사용자가 비용부담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통신단말기(특히 이동통신단말기)는 이제 거의 내구재라기보다는 2년 정도면 교체되는 소모성 기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통신비용도 기기사용 전 기간에 걸친 서비스 사용 요금과 기기 감가상각비(또는 임차 비용) 및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는 총소유비용(TCO)으로 비교돼야 한다.
대체로 더 많은 경쟁자를 끌어들이면 값은 더욱 싸지고 품질과 서비스 수준은 더욱 높아진다. 경쟁활성화 방안의 한 예로 기존의 통신사업자 망을 이용해 독자적인 브랜드와 요금체계를 가지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제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유럽에는 이미 300개에 가까운 MVNO가 있고, 이는 다양한 서비스경쟁 활성화와 실질적 요금인하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회사나 유통회사가 MVNO로 나설 수 있다면 틀림없이 요금 인하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똑똑한 소비자와 공정한 경쟁의 활성화만이 통신요금 인하와 적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
◆김우봉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wbkim@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