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사와 Q사는 지난해 은행 코어뱅킹 프로그램 복제 여부를 놓고 소송을 벌였다. T사의 솔루션이 Q사와 소스코드 양수계약을 맺은 F사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회사의 공방이 이어진 것이다.
법원은 “T사의 솔루션이 Q사와 관련된 F사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한 신종합시스템을 개작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F사의 프로그램 복제물로 볼 수 없다”며 T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T사가 한미은행 신종합시스템에 적용한 업무기능 프로그램 일부는 F사 제품의 개작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의 배포를 금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사건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 지적재산권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국내에는 거의 이런 사건이 없어 관련업계는 물론 고객기업들도 SW의 지적재산권에 무감각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김지욱 한국SW저작권협회 부회장은 “SW 지적재산권 문제는 분쟁의 발생 그 자체만으로 분쟁 당사자는 물론 고객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며 “법정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큰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차 판결이 난 유닉스 저작권 판결은 지적재산권 문제의 파괴력을 잘 보여준다.
유닉스 운용체제(OS)의 지적재산권을 주장해온 SCO그룹은 지난 2003년 자신의 유닉스 소스코드가 리눅스에 불법으로 도용됐다며 IB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리눅스를 사용한 기업들을 위축시켰다.
최근 미연방법원이 SCO그룹의 유닉스 지적재산권 주장을 일축해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리눅스를 채택한 기업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SCO그룹의 공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윤종기 한국IBM 전무는 “이번 파동은 SW 지적재산권 문제가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영활동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글로벌 개방 환경에서 기업의 SW 지적재산권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과 함께 무단복제도 심각한 문제다. 저작권이 벤더 간의 문제라면 무단복제는 벤더와 고객의 문제다. SW가 과거 하드웨어(HW) 종속돼 판매된 데다, 무한복제가 가능하다는 고유특성 때문에 기업들이 무단복제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SW가 HW를 밀어내고 기업의 IT 인프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라이선스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SW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는 SW를 사용하는 권리를 의미하지만, IT부서 담당자 외에는 이 같은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고객은 SW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 권리를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