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글로벌로 가는 IT서비스

 얼마 전 세계 컴퓨팅(IT)서비스 업계가 크게 술렁인 적이 있다. 인도 IT서비스 업체가 영국 회계소프트웨어 업체 세이지를 인수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지난 7월에는 인도 2위 IT서비스 업체인 인포시스가 세계 3위 컨설팅기업인 프랑스 캡제미나이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두 사건은 현재 인도 IT서비스 업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세계 아웃소싱 기지로 각광받아온 인도 IT서비스 업체는 이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지향점은 IT서비스의 꽃이라는 컨설팅이다. 지난해 인포시스를 비롯해 위프로·TCS·새티암·HCL·커그전트 같은 6대 인도 IT서비스 업체는 6720억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IT서비스 시장에서 1.9%를 차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0.5%에 불과했지만 세계 아웃소싱 바람을 타고 고속성장을 구가했다. 지난해에도 이들은 연평균 42%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시장보다 무려 10배 정도 높았다.

 그러나 잘나가는 이들 앞에 서서히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인도 업체의 주특기인 아웃소싱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유럽국가가 “인도 말고 우리도 있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동유럽은 인도에 비해 임금이 낮을 뿐 아니라 유럽과 비슷한 문화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투자 위험도 작은 편이다. 동유럽은 현재 세계 아웃소싱 핫이슈인 BPO 분야에서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동유럽뿐 아니다. 말레이시아·필리핀 같은 동남아와 심지어 아프리카도 아웃소싱 기지로 부각되면서 인도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인도 IT서비스 업체는 새로운 돌파구로 컨설팅 분야를 겨냥하고 있다. 아직 인도 기업의 컨설팅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10%도 안 된다. 그래서 세계적 컨설팅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 IT서비스 업체도 전문화로 무장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빅3를 비롯, 여러 IT서비스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삼성SDS와 LG CNS가 외국 대형 컨설팅 업체와 제휴하는가 하면 SK C&C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인도계 임원을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특히 SDS는 기존 제휴보다 한 단계 높은 공동사업 전개와 이를 위해 브랜드·지식재산권·교육을 공유하는 한편, 인력까지 교류하기로 해 시선을 모았다. 당사자들이야 듣기 싫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IT서비스 기업은 골목대장 수준을 못 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재작년 일본 노무라총합연구소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국내 IT서비스 시장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방한한 이들은 당시 두 번 놀랐다. 우선은 대형 IT서비스 업체가 협력업체와 일하는데 제대로 된 프로젝트 방법론을 전혀 활용하지 않아서였고 그럼에도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되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프로세스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우리 IT서비스 업체가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금은 글로벌 소싱 시대다. 부품은 이미 경쟁사를 가리지 않고 소싱(구매)하고 있다. IT서비스인들 예외일 수 없다.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판에 IT서비스를 경쟁사에 아웃소싱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못 할 것도 없다. 삼성SDS와 LG CNS가 글로벌 IT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막 ‘우물 밖’을 보기 시작한 우리 IT서비스 업체에 놓인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이는 시장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원하는 기업으로 변신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방은주/논설위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