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네번째로 운영되는 ‘e비즈니스 주간’을 맞아 디지털경제를 다시 음미하고자 한다. 6∼7년전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세계 경제의 화두는 디지털경제였다. 디지털경제는 단순히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산업이나 제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기술과 인터넷의 확산에 의해 촉발되어 구체화되기 시작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더 나아가 사회질서를 총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의 상용화로 경제활동의 정보기술과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연구개발·제조·마케팅·판매 등 제반 경영활동에 정보기술 및 인터넷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고,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격·품질 등 생산자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게 되어 탐색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 나아갈 것인지를 예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디지털경제의 모습은 과거 산업혁명 초기에 증기기관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던 모습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십년 후에는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지능형 로봇이나 전화처럼 간편한 정보단말기가 나타날 수도 있고,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사이버세계로 통합되어 새로운 사회상과 인간 유형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경제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정부·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방식 및 조직체계 등도 대폭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지식과 정보의 네트워크화는 과거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만나야 가능하던 지식의 공유가 아무런 공간적인 제약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정부나 기업의 조직·작업형태·소비행동 등 경제활동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선 디지털경제가 확산될수록 기업들은 신상품·새로운 생산 및 경영방법·새로운 고객 등을 창조하여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 기존 사업간의 영역구분이 허물어지고 모든 분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근본적인 변혁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세계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식 및 정보의 수집에서 뒤지는 기업, 또는 정보화를 통해 비용 절감·생산성 향상 등 내부 효율을 높이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와 근로자 그리고 기업조직간에 원활한 지식창출과 공유체계를 구축하여 지식경영을 도입하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적 지식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자들은 정보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라도 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도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소비행동에 있어서도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컴퓨터나 네트워크 이용능력을 갖추어야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활동에서 소비자들의 권리가 대폭 신장되고, 쇼핑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여가시간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역시 혁신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정부 기능의 중점이 시장실패를 보전하기 위해 자원배분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회적·전략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시장경제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원활히 운영하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조직형태에 있어서도 비대한 계급 위주에서 슬림화된 임무 수행조직 중심으로 바뀌면서 정부 부처간 원활한 업무협조와 유기적인 연계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 운영 역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정보화된 전자정부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다행히 그간 우리의 e비즈니스 환경 조성은 여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e비즈니스 주간 2007’에 개최되는 여러 행사는 이와같은 우리나라 e비즈니스의 현위치를 확인시켜 줄 것이며, 관련 동향과 정보를 한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아울러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경제의 의미와 특징 그리고 전개과정을 새롭게 음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춘석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kcsk@kie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