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시장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 간 역무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것. 케이블TV사업자가 케이블망 기반 인터넷전화로 유선전화 가입자들을 뺏어오는가 하면 거꾸로 통신사업자는 광통신망 IPTV를 선보여 케이블TV사업자의 안방격인 주문형 비디오 시장을 공략 중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신규 가입자 규모에서 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 어느 쪽이 우세랄 것 없이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연출하고 있다. 양 진영의 이같은 행보는 향후 2∼3년 내에 통신과 방송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전망이다.
◇케이블 텔레포니, 1∼2년 새 유선전화 시장 7% 잠식=유선전화 시장은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에 젊은층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한편, VoIP 기술을 사용해 유선전화보다 더 싼 요금이나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유선전화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1∼2년 전부터 이른바 케이블 텔레포니라고 불리는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케이블TV·초고속인터넷과 묶어 결합상품으로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각각의 서비스를 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결합상품을 선택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면서 각 케이블TV 업체마다 가입자 중 케이블 텔레포니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미 케이블산업협회에 따르면, 아직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케이블 텔레포니 가입자는 1200만명으로 유선전화 가입자 1억8000만명의 7%에 육박한다. 뉴욕의 케이블TV 사업자 케이블비전시스템스는 지난해 말 기준 200만여 케이블TV 가입자 중 3분의 2가 전화서비스를 함께 신청했는데 대다수가 그 지역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에서 이탈한 고객들로 확인됐다.
◇통신사업자의 역공, ‘IPTV=수세에 몰렸던 통신사업자들도 통방융합 서비스로 케이블TV 사업자에 역공을 취하고 있다. 미국 전 국토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가입자망을 보유한 AT&T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는 각 가정까지 최첨단 광통신망을 연결해 고선명 디지털 주문형 비디오를 제공하는 IPTV 서비스를 선보였다.
버라이즌의 ‘피오스(FiOS)’와 AT&T의 ‘유버스(U-verse)’가 그것. 올 상반기 버라이즌의 피오스 누적 가입자 수는 50만명. 전체 전화 가입자 4000만명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지난 2005년 11월 텍사스 켈러 지방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1년 동안 뉴욕·캘리포니아·플로리다·메릴랜드·버지니아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으며 일부 지역에는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버라이즌은 2010년까지 피오스로 1800만명 가입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피오스보다 1년 늦게 시작한 AT&T의 유버스도 6월 말까지 5만1000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해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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