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허강국 위해 특허풀 필요하다

 국내에도 오는 2010년에 특허풀 대행기관(에이전시)이 설립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허풀이란 특허를 공동 관리하는 기구(pool)인데 국내에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특허풀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그동안 줄곧 제기돼 왔다. 특허풀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이 제품 생산과 관련된 특허권 모두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여 보유하지 않은 특허에 개별적으로 로열티 계약을 하거나 소송이라도 발생한다면 기업 활동은 크게 위축되고 만다.

 특허풀은 이 같은 상황을 막아 기업이 본연의 생산 활동에 보다 충실히 하도록 도와주는데 해외에서는 MPEG-LA·비아 라이선싱·3G3P·블루투스 SIG 같은 특허풀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특허풀이 결성되고 있다. 우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눈부신 기술혁신과 함께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이뤘다. 특허경쟁력만 보더라도 국제 특허출원 4위며 미국 내에서도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선진국과 비교해 특허 경쟁력이 크게 뒤지지 않는다. 비록 기반기술은 해외 기업이 많이 가지고 있지만 우리만의 독창적 제품에는 대부분 우리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이 해외 특허풀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세적인 측면이 강하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허풀이 핵심원천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잘못된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사실 특허풀에 필요한 특허는 ‘원천특허’가 아닌 ‘필수특허’로 이는 신제품 생산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는 특허를 말하며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상용화 기술도 이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매년 16만 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특허풀 구성의 기본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번 기회에 특허풀이 특허 보유자에만 유리하고 사용자에는 불리하다는 생각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특허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허 보유자와 사용자 간 상생 정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특허 사용자는 합리적으로 산정된 로열티라면 기꺼이 지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특허 보유자도 특허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양보와 협력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IT분야 선도적 역할과 높은 특허 보유 수준에도 불구하고 해외기업을 향한 로열티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IT분야는 단위제품 생산과 관련된 특허가 많아 다수의 특허를 집합체로 공동관리하는 특허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풀 대행기관 설립을 위해 특허청은 내년에 현황 파악 및 기반조성에 나서고 2009년 해외 선진 사례 수집과 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특허풀지원센터를 결성하고 마침내 2010년에 특허풀 에이전시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자와 사용자 간에 팽배한 불신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 해외의 성공한 특허풀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해 특허풀이 특허 보유자와 사용자 모두에 유익하다는 확신도 심어줘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식산업 발전과 특허 강국을 위해 특허 풀 설립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