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는 일정한 형태의 양식과 유형 즉, 패턴이 있다. 소비에도 패턴이 있고 행동에도 패턴이 있으며 생활에도 패턴이 있고 IT 발전에도 몇 가지 패턴이 있다. 특히 IT의 패턴 또는 트렌드를 살펴보면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국내 IT 발전의 패턴은 ‘주기적인 분산과 통합’이다. 86아시안게임 이전에는 메인프레임에서 중앙집중 호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IT 투자의 주류였으나 88올림픽 이후에는 PC·유닉스 기반으로 ‘다운사이징’이 활발히 전개됐다. 이후 1996년 IT 벤처 붐이 일면서 ERP와 CRM 등을 중심으로 ‘프로세스 통합’으로 전개되고 최근에는 DW2기·BPM·SOA·BI 분야에서 일고 있는 각종 통폐합을 중심으로 ‘서비스 차별화’가 진행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IT 투자는 규모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기업이 IT 솔루션을 도입할 때 투자수익률(ROI)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최근 이슈가 돼온 바젤II·자금세탁방지(AML)·국제회계기준(IFRS) 등 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각종 규약과 제도가 요구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기업은 어떤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구체화하고 이를 신속히 실행에 옮기기 위해 조직과 제도·기술·문화 등 모든 차원에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때다.
이와 같은 ‘통합’ ‘가치 중심’ 그리고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요약되는 IT의 패턴 이면에는 ‘정보와의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정보량이 두 배로 되는 시간이 2005년에는 3년이 걸리던 것이 2007년에는 11개월이 걸릴 것이고 앞으로 2010년에는 불과 11시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기업은 정보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IT는 기업이 정보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여년 전 내로라하는 기업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ERP는 기업의 정보혁명에 획기적인 기회를 줬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ERP는 더 이상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이 아닌 기업의 정보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툴이 됐다. 정보를 한 곳에 쌓아놓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은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의 IT 역시 이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모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 중에서 99%의 무의미한 데이터를 버리고 1%의 의미 있는 데이터를 찾아내야 한다. 그 정점에 ‘고급 분석’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Business Intelligence)가 있다.
40년 전에 존재했던 국내 100대 기업 중 지금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겨우 12개사에 불과하다. 그만큼 경영환경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지식정보화가 가속되는만큼 정보를 다루는 능력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비즈니스 통찰력으로 기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사례는 여러 업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소매점인 오토존은 소매점의 판매 실적을 분석, 향후 지속적 성장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판단한다. 미국의 한 통신회사는 고객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일부 지역의 가입자 연간 해지율을 6%에서 2%대로 낮추는 효과를 달성하며 교차판매 및 상향판매와 같은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었다.
2010년 IT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솔루션 및 서비스의 통합, 프로세스 혁명에서 가치 혁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IT비즈니스 종사자는 이 같은 기술발전의 코드를 읽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고객의 트렌드에 맞는 IT 트렌드를 구축하는 것만이 21세기의 생존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성식